20일 오후 5시경 경기 광명역에 접근하던 서울역행 고속철도(KTX) 212호 특실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60·사진)이 단호하게 말했다. 고위 공무원의 ‘갑질’이 아니었다. KTX 승무원에게 과도하게 소리 지르던 갑질 승객을 향해서였다.
김 장관은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에서 개인 일정을 마치고 동대구역에서 수행원 없이 열차에 올랐다. 문제의 남성 승객 A 씨는 오후 4시 40분경 대전역에서 탔다. A 씨는 여성 승무원에게 자기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다고 항의했다. 승무원이 “죄송합니다”라며 다른 좌석을 안내했지만 A 씨는 앉는 것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라며 거듭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승무원이 확인해 보니 A 씨의 실수였다. A 씨의 승차권은 212호가 아닌 414호 열차 것이었다. 열차 운행이 지연돼 212호와 414호가 시간차 없이 비슷하게 대전역에 도착하자 열차를 잘못 탄 것이었다.
그렇지만 A 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승무원에게 심한 말을 퍼부었다. 보다 못한 김 장관은 A 씨에게 “지금 갑질하는 것이냐. 왜 승무원을 따라다니며 괴롭히고 윽박지르느냐”고 말했다. A 씨는 “당신이 뭔데? 공무원이라도 돼?”라고 따지자 김 장관이 “그래! 나 공무원이다!”라고 맞받은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특실 내 다른 승객이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21일 목격담을 올리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졌다. 누리꾼들은 “멋지다” “박수를 보낸다” “존경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글을 올린 승객도 “‘부겸찡’(찡은 온라인에서 상대를 부르는 애칭), 내 마음속에 저장”이라고 덧붙였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날 “김 장관은 자신의 행동이 더 이상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승무원에게 고함을 지르며 소란을 피운 A 씨를 경찰에 넘기지 않고 마무리했다. 큰 피해가 없어서다. 국토교통부 철도특별사법경찰대 관계자는 “김 장관이 제지해 소란이 멈춰 사건은 넘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승무원에 대한 위해 행위는 다른 승객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범죄다”라고 말했다. 이날 일은 단순 민원성으로 경범죄 수준에서 그쳤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했다면 철도안전법 47조에 따라 A 씨에게는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도 있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