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죄송” 3년5개월만에 또 포토라인 선 조현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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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으로 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4일 서울 양천구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출석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이후 3년 5개월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에 
출석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으로 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4일 서울 양천구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출석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이후 3년 5개월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에 출석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4)이 24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입국 당국에 소환됐다. 조 전 부사장이 수사기관 포토라인에 선 것은 2014년 12월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이날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필리핀인들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가장해 입국시켜 가사도우미로 고용한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이날 낮 12시 55분경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도착한 조 전 부사장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푹 숙인 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답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안경을 쓴 모습이었다. 조 전 부사장은 이어지는 질문에는 “죄송하다”고만 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출입국 당국은 조 전 부사장과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69)이 10여 년 동안 10∼20명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9)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과 조 전 부사장의 용산구 이촌동 집에서 일을 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출입국 당국은 앞서 공개된 4통의 대한항공 내부 e메일 등을 근거로 이 이사장이 필리핀인 가사도우미를 물색하고 고용하는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4년 6월 23일 대한항공 인사부 직원이 직속 상관에게 보낸 e메일에는 ‘금일 아침 DYS(비서실)로부터, 평창동 연수생 입국일을 7/3(화) 저녁으로 하라는 사모님(이 이사장) 지시를 전달받아 보고드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e메일에 나오는 ‘연수생’은 가사도우미를 뜻한다. 같은 날 마닐라 지점에서 인사부에 보낸 e메일에는 ‘이촌동 연수생은 이번 주 금요일(6/27), 평창동 연수생은 다음 주 목요일(7/3)에 KE622편으로 한국에 차질 없이 입국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적혀 있다.

또 같은 해 11월 3일 대한항공 비서실은 ‘연수생 관련 사모님 지시사항 전달’이라는 제목으로 인사부에 e메일을 보냈다. ‘새로 온 연수생이 과일 손질/야채 손질 보통이라고 되어 있는데 하나도 할 줄 모른다. 새로 연수생을 빨리 구하라’는 내용이다. 나흘 뒤 다시 보낸 ‘사모님 지시사항’에선 기존 연수생의 비자를 취소하고 마닐라로 돌려보내라는 지시와 ‘(이 이사장이) 새 연수생 구하라고 한 지 2주가 지났는데, 아직도 구했다는 연락이 없음을 질책하셨다’며 빠른 진행을 독촉하기도 했다.

출입국 당국은 조 전 부사장의 진술과 e메일 내용 등을 토대로 다음달 초 이 이사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이날 수백억 원대의 상속세를 미납한 혐의 등으로 조 회장 형제들의 주거지와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서울지방국세청은 한진 일가가 고 조중훈 전 회장(한진그룹 창업자)에게서 상속받은 해외 비자금을 신고하지 않아 500억여 원의 상속세를 내지 않았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허동준 hungry@donga.com·김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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