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면담-공개서한 등 추진… 2대주주로서 본격 칼 빼들어
7월도입 ‘의결권 행사’ 전초전… 박능후 장관이 직접 나서 논란
이명희 이사장 이틀만에 재소환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영진 일가족의 일탈 행위에 대한 경고이자 7월 도입 예정인 ‘스튜어드십 코드’의 시범시행 성격으로 풀이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3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대한항공 사태와 관련해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밀수, 관세 포탈, 재산 국외 도피, 탈세 등에 대한 보도로 국민의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고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성 제고를 위해 국민연금이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주주권 행사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장관은 기금운용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기금운용위는 박 장관의 제안에 따라 대한항공을 상대로 △우려 표명 △대책을 강구하는 ‘공개서한’ 발송 △경영진 면담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이런 방식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주주 권한으로 의결권 찬반, 기업 배당 확대 등의 제한적 조치를 시행해 왔다. 복지부 최경일 연금재정과장은 “국민연금이 특정 기업에 공개서한을 발송하는 것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2대 주주로 전체 지분의 12.45%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약 688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국민연금 수익성 하락에 적극 대처하는 한편 대한항공 경영진에 해결 방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성격이 짙다. 나아가 7월 도입 예정인 ‘스튜어드십 코드’의 시범시행이란 평가가 나온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가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 즉 스튜어드처럼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지배구조 감시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재계에선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주주의결권을 강화하면 정부가 기업들의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기금운영본부가 아닌 장관이 개별 기업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경찰은 한진그룹 계열사 직원과 운전기사 등에게 수차례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69)을 30일 다시 불러 조사했다. 이 이사장은 28일 처음 경찰에 나와 약 15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경찰은 첫 조사 때 이 이사장으로부터 받은 진술을 토대로 29일 보강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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