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하드계의 큰손’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47)이 정체가 불분명한 콘텐츠 공급업체들에서 음란물을 포함한 불법 영상을 대거 공급받아 자신이 운영하는 웹하드에 올린 정황을 경찰이 파악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경찰은 콘텐츠 공급업체들이 사실상 양 회장 소유인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양 회장이 콘텐츠 공급업체 4, 5곳과 계약을 맺고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에 음란물을 대거 유통한 정황을 파악했다.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는 국내 1, 2위 웹하드 업체다. 콘텐츠 공급업체들은 웹하드 수익을 양 회장과 나누는 방식으로 제휴를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이 등장하는 ‘몰카’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자 이 업체들은 중국 여성 등 외국인이 등장하는 불법 촬영물을 집중적으로 공급했다고 한다.
양 회장은 2011년 저작권이 있는 국내외 영화와 드라마를 무단으로 웹하드에 유통시킨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됐었다. 이 과정에서 그가 불법 업로드 업체를 따로 만들어 저작권이 있는 영상들을 무단으로 웹하드에 올리도록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검찰은 저작권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에 대해 수사를 집중했었는데, 이번 경찰 수사는 음란물 유포 구조에 방점이 찍혀 있다. 양 회장에게 음란물을 제공한 업체들은 대부분 파일공유(P2P) 프로그램인 토렌트나 해외 사이트 등에서 무료로 음란물을 내려받은 뒤 양 회장의 웹하드에 유통해 수익을 내왔다고 한다.
경찰은 양 회장이 불법 영상 ‘헤비 업로더’(인터넷에 대량으로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에게는 혜택을 제공하며 불법 업로드를 독려해온 혐의도 포착했다. 웹하드 회원이 영상을 내려받으면 그 영상을 올린 사람에게 일정 포인트가 지급되는데, 헤비 업로더들이 이렇게 모은 포인트를 현금으로 바꿀 때 수수료를 깎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은 양 회장이 음란물을 유통하는 동시에 자신의 웹하드에 올라오는 불법 영상을 걸러주는 필터링 업체까지 운영하며 ‘셀프 검열’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웹하드 영상물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반드시 필터링을 거쳐야 하는데, 이 업체마저 자신이 직접 운영하며 검열 여부를 좌우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양 회장이 필터링 업체를 운영하며 자신의 웹하드에 올라오는 불법 영상물을 고의로 방치했다고 보고 있다.
양 회장은 음란물 유포나 저작권법 위반 방조죄로 처벌되는 것을 우려해 측근을 회사 대표에 앉히고 배후에서 조종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해왔다. 양 회장 대신 형사처벌을 받은 측근에게는 직위나 금전으로 보상을 해줘 불만을 달랬다고 한다. 2011년 양 회장이 구속됐을 당시 함께 입건된 명목상 회사 대표 2명 모두 과거 저작권법 위반 방조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경찰은 조만간 양 회장을 소환 조사하고 음란물 유포 혐의와 직원을 구타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2015년 4월 양 회장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전 직원 강모 씨는 3일 경찰에 출석해 5시간가량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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