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행사때 시험문제 알려준다 해”… 1∼3학년 과도한 참석 강요 논란
학과장 “실제 그럴 생각 없었다”
서울의 한 사립대 학과장이 학생들에게 시험, 추천서, 장학금 등을 무기 삼아 학생들에게 학내 행사 참석을 강요하는 ‘갑질’을 벌인 것으로 확인돼 학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입수한 ‘A학과 학내 행사 준비 회의’ 녹취록에 따르면 학과장인 B 교수는 지난달 7일 4학년 학생들의 졸업논문 발표회를 준비하는 회의에서 학생회 임원들에게 ‘학부생 전원 참석’을 지시했다. 발표회는 3학년이 주도해 준비한다고 한다. B 교수는 학생회 임원들에게 “1학년들을 어떻게 협박할까 고민해야 한다”며 “다음 주부터 내가 들어가는 수업이 있는데, 행사에서 문제를 두 개 이상 가르쳐준다고 해야겠다”고 말했다. 또 “2학년은 내가 ‘수업 때 어떻게 하겠다’고 하면 못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학생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으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성적을 낮게 주겠다는 취지로 들렸다”고 말했다.
B 교수는 발표회 이후 이어지는 술자리에도 학부생들의 전원 참석을 요구했다. B 교수는 지난달 28일 3학년 과대표에게 연락해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는 학생은 앞으로 추천서와 장학금 명단에서 모두 제외시키겠다는 내용을 전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해당 학과는 전체 학생이 140명 정도인 소규모 학과다. 교수들의 평가가 대학원 진학 등에 큰 영향을 미치고, 기업체 인턴으로 들어갈 때도 교수의 추천서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 학과 학생 C 씨는 “본인의 권한을 이용해 술자리까지 참석을 강요하는 학과장의 태도에 학생들 모두 경악했다”고 전했다.
B 교수는 3일 본보 기자와 만나 “학과의 전통을 만들기 위해 전원 참석을 독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험 문제를 알려준다거나 성적을 낮게 준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추천서와 장학금 명단에서 제외시키겠다고 말은 했지만 실제 그럴 생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B 교수는 4일 졸업논문 발표회장 앞에서 자신의 연구실 조교를 통해 학생들에게 ‘학과장에 의한 갑질을 경험해본 적 없다’ ‘학과 행사 불참자 명단을 작성하지도 않았고 그로 인한 불이익을 받은 적도 없고 시험 문제를 받은 적도 없다’ 같은 내용의 서명을 받게 했다. 참석자 110여 명 가운데 약 30명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명을 한 학생 D 씨는 “자율적으로 서명하라고 했지만 서명을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 걱정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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