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에 95억 김치 팔아 총수 배불린 태광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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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기준 어기고 만들어 고가 강매, 일부 직원에 성과급 대신 김치 지급
공정위, 과징금 21억… 총수 고발

총수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서 만든 김치와 와인을 계열사에 시중가의 2, 3배 가격에 팔아온 태광그룹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태광산업 흥국생명 등 태광그룹 19개 계열사에 대해 사익편취 혐의로 과징금 21억8000만 원을 부과하고 이들 19개사와 이호진 그룹 총수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태광 소속으로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던 동림관광개발은 2011년 회원가가 13억 원에 이르는 고급 골프장 ‘휘슬링락CC’를 개장했다. 이 골프장이 손실을 내자 2013년 5월 총수 일가가 소유한 다른 회사인 부동산관리업체 ‘티시스’가 휘슬링락을 인수했다.

그 여파로 티시스가 2013년 71억 원 적자로 돌아서자 태광그룹은 손실을 메우기 위해 휘슬링락에서 2014년부터 ‘골프장 김치’를 만들어 계열사별로 구매량을 할당해 팔았다. 태광 경영기획실이 책정한 김치 단가는 10kg당 19만 원으로 당시 김치 시중 판매가(6만5000∼7만6000원)보다 훨씬 비쌌다. 게다가 이 김치는 식품위생법상 시설기준도 지키지 않은 ‘불량 김치’였다.

2014년부터 2년 반 동안 계열사들이 사들인 골프장 김치는 95억 원어치에 달했다. 계열사들은 이 김치를 직원복리후생 비용과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매입한 뒤 임직원들에게 줬다. 흥국생명 등 일부 계열사는 김치를 성과급 명목으로 주기도 했다.

아울러 태광 계열사들은 2014년 7월∼2016년 9월 이 전 회장의 아내와 자녀가 100% 지분을 소유한 와인 유통업체 ‘메르뱅’에서 임직원 명절 선물용 와인 46억 원어치를 사들이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같은 거래를 한 뒤 이 전 회장 일가가 올린 이익이 33억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태광그룹#김치 강매#골프장 김치#성과급#메르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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