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그 사람한테 연락이 왔을 때 바로 미투를 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오빠가 ‘네가 미투 하는 거 말리지 않겠다. 그런데 네가 미투를 하는 순간 너한테 들려올 뒷말들과 그 시선들을 네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말을 듣고 제가 지레 겁을 먹었습니다.”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미성년자였던 고등학생 때부터 5년간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전 유도 국가대표 상비군 신유용 씨(24)는 이번 폭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고백했다. 신 씨는 역시 유도 선수 출신으로 지난해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친오빠 신재용 씨(25)와 함께 본보와 만나 그동안의 일을 고백했다.
전국체전에서 우승했고 체코 국제청소년대회 등 국제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던 오빠는 2013년 수시전형으로 서울대 체육교육학과에 진학했고 2017년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가해자는 동생뿐만 아니라 오빠와도 아주 가까이서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신 씨에 따르면 ‘그 사람’의 성폭행은 전북 Y고 1학년 때인 2011년 시작됐다. A 코치는 2011년 여름 어느 날 신 씨를 숙소로 불렀고, 성폭행을 했다. 성폭행은 2015년까지 약 20차례 이어졌다고 신 씨는 주장했다.
신 씨는 이 일이 알려질까 두려워 묻어두었다. 하지만 지난해 2018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한 신 씨에게 A 코치가 전화하면서 고소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신 씨와 A 코치의 일이 A 코치의 부인에게까지 알려지자 A 코치가 이를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신 씨에 따르면 “A 코치는 ‘와이프가 연락할 거야. 50만 원 줄 테니까 없던 일로 해달라’고 했는데 그게 너무 괘씸했다”고 말했다. 신 씨는 “저희가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출신이고 어머니 홀로 저희 남매를 다 키우셨다. 이런 걸 가지고 아직도 제가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나 보다, 이런 마음이 들었다”라고 했다.
오빠는 “그 와이프도 유도 코치다. 나를 지도하지는 않았지만 나도 다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가해자 A 코치 역시 지역 선배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너무 화가 나고 답답하고 우울증도 걸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 씨는 처음 이 사건을 경찰에 고소했다. 정상적인 사법 처리 과정을 통해 가해자가 법적 조치를 받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 것이다. “그런데 수사가 엄청 길어졌어요. 제가 어쩌면 수치스러울 수도 있을 법한 증거들도 다 제출했어요.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했어요. 그런데 잘 이뤄지지 않았어요.”
이 사건은 서울 방배경찰서에서 전북 익산경찰서로, 전주지검에서 다시 서울중앙지검으로 돌고 돌았다.
앞서 방배경찰서는 지난해 3월 고소장을 접수한 뒤 피고소인 거주지 관할인 익산경찰서로 사건을 이첩했다. 익산경찰서는 기소 의견으로 전주지검에 사건을 보냈으나, 전주지검은 다시 서울에서 수사를 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 사건을 보냈다. 익산경찰서는 지난해 7월 중순경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하지만 참고인들이 진술을 거부하면서 피해자 진술 이외에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해 검찰 지휘를 받고 지난해 10월 초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다시 송치했다. 이어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지난해 10월 말경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보냈다. 군산지청 관계자는 “추가 조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피해자가)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등 출석이 어려워 (서울중앙지검에) 촉탁조사를 의뢰했다”며 “조사 결과가 내려오면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가해자로 지목된 A 코치는 성폭행이 아니었고 신 씨와 연인관계였다고 주장했다. A 코치는 “성폭행이면 2015년까지 관계를 맺을 수 있었겠느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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