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령대 대상…일부 종목 전수조사도”
“스포츠 인권 문제, 호락호락하게 물러나지 않겠다”
조재범 사태를 비롯해 체육계의 폭력·성폭력 문제가 연일 터져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스포츠분야의 폭력·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며 인권위 산하에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2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한 선수의 일상을 전인격적으로 지배함으로써 피해가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일생 동안 지속되는 스포츠분야 폭력·성폭력의 특수한 구조는 10여년 전 인권위 실태조사에서 밝혀졌음에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위원회 산하에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을 신설하고 1년 동안 기획조사, 진정사건 조사 및 제도개선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것”이라며 “최대 규모의 실태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최 위원장,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 박홍근 인권위 기획재정담당관과의 일문일답.
- 진상조사단 인원 구성, 시행 계획을 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 ▶아직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인 부분이라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다만 인권위는 조사단 구성을 현재 25명 내외 규모로 요청했고, 전문가나 정부부처 공무원 등을 파견 방식으로 지원받으려고 한다. 또 인권위 내부적으로 담당자가 오늘부터 작업을 시작하려고 한다. 다음주나 2주 뒤 쯤에는 조사단 구성 관련 윤곽을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
-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생 선수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때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최근 언론에 등장하는 사건들만 보면, 과거 10년 전 스포츠인권을 권고할 때와 지금 실태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예전에는 무엇이 성폭력이고 인권침해인지 감수성과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면 지금은 상당히 높아졌고, 스포츠계에서도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폭로가 나오고 있다. 이번 실태 조사 방식이 예전과 다르지않다고해도, (선수들의) 대답과 조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달라진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진행하는 실태조사는 규모가 최대다. 이전 조사에서는 초중고, 대학생 따로 진행했다면 이번 조사는 전 연령대를 포함하며, 최근 문제가 된 빙상, 유도 등 종목에 대해서는 전수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 정부가 전국 학생선수 6만3000여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해당 조사와 인권위 조사 간 차이가 있나? ▶다른부처가 하는 전수조사의 규모와 실체적인 방식이 공유된 것은 없다. 다만 가장 고위험군으로 진단되거나,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영역에 대해 인권위는 전수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초중고 단위, 대학 단위, 대표팀 단위, 아직 논의하지는 않고 있지만 실업팀 등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는 최대한 다 조사하고 전수조사가 필요한 곳에 한해 전수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조사가 중복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
- 빙상과 유도는 전수조사하겠다고 했는데, 다른 종목도 전수조사 계획인 종목이 있나? 전체 조사 대상 종목과 규모, 범위가 어느 정도인가? ▶ 현 수준에서 다른 전수조사 종목을 특정해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다만 전체 조사 대상 종목은 총 50여개, 거의 모든 종목을 예상하고 있고 국가운영시설 선수촌이나 초중고 대학교 시설 등에 대해 표본조사할 계획이다. 체육관련시설도 포함돼있고, 설계할 때 어떻게 적용할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 이번 실태조사의 방점은 가해자 처벌에 있나, 대책마련과 제도 개선에 있나? ▶피해자 구제는 기본적인 목표고, 근원적인 원인을 규명해 제도를 개선해나가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다. 지난 2010년 가이드라인 제시했는데도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점검하면서 실질적으로 기제가 작동할 수 있도록 계속 이행 상황을 모니터링 하겠다.
- 조사단 구성과 관련해 관련부처들과 조율을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부분을 고심한건가? ▶현재 폭력과 성폭력 문제가 함께 나타나고 있고,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이성간 뿐 아니라 선후배 사이 동성간 성폭력 문제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여성가족부(여가부)의 경우 성폭력과 여성이라는 주무부처로서의 범주가 있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경우 셀프조사라는 한계가 있다. 인권위는 인권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스포츠계 폭력·성폭력 진상 조사에 최선을 다할계획이다.
- 새로운 신고접수시스템을 마련하면 여가부와 접수창구가 2개가 되는 건데 일원화 할 생각은 없나 ▶피해자에게는 다양한 창구가 있는 게 좋은지, 일원화된 창구가 있는 게 좋은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 일장일단이 있는 부분이라 관련부처와 논의해야겠지만, 단순히 한쪽 부처가 받게하고 그걸로만 끝나게 하지는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포츠 인권 보호를 위해 관련부처들이 함께 협력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가겠다.
- 개선안 이행에 대해 책임지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는데, 권고는 사실 법적 강제성이 없지 않나. 끝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이라는 이야기는 각오인가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건가 ▶현재 조사단 운영 기간을 1년으로 설정했지만 필요시 재연장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1년으로 안 끝날 수 있고 길어질 수 있음을 각오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만큼은 인권위가 호락호락하다가 물러서지는 않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한국사회 인권 문제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꼭 풀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반적인 모니터링은 물론, 또 상설스포츠인권전담기구의 경우 여러 지부가 만들어져 있는데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관련 모델을 정부에 권고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강화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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