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화방 멤버-경찰 유착의혹
가수 음주운전 보도 무마 등 3건… 청탁한 ‘팀장’ 등 구체 직함 거론
경찰 “고위 관계자 연루여부 수사”… 권익위는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와 가수 정준영 씨(30)가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과 대화방 참여자들 간의 유착이 의심되는 메시지가 오간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문제의 이 카톡 대화방에는 2015년부터 2016년에 걸친 8개월간 업소의 불법 행위와 음주운전, 폭행 등과 관련해 최소 3건의 청탁이 경찰에 전달된 것처럼 보이는 문자가 등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의 친분을 내비치는 대화를 나누며 ‘경찰총장’(경찰청장의 오기로 보임) ‘팀장’ 등 구체적 직함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승리 친구 A 씨는 2016년 7월 28일 대화방에 “어제 B가 경찰총장이랑 문자한 것도 봤다. 누가 찌른 것도 다 해결될 듯”이라고 적었다. 이에 승리가 “뭐라고 했는데”라고 묻자 A 씨는 “(문자가) 엄청 길었어, 어제 다른 가게에서 내부 사진 찍고 신고했는데 ‘총장이 다른 업소가 시샘해서 찌른 거니 걱정 말라’고 다 해결해준다는 식으로”라고 답했다.
A 씨가 언급한 B 씨는 승리와 강남 클럽 ‘버닝썬’ 모회사인 유리홀딩스를 공동 창업한 유모 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씨가 ‘내가 누구누구 통해 잘 해결했다’는 취지로 남긴 문자가 여러 개 있다고 한다. A 씨가 언급한 가게는 승리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운영하는 라운지바로 추정된다. 이 바는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단속된 적이 있다. 이런 대화가 오갈 당시 경찰청장이었던 인사는 “승리란 가수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일면식도 없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A, B 씨를 조사해 대화방에서 언급한 ‘경찰총장’이 누구를 말하는지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 대화방에서는 아이돌 그룹 멤버 C 씨(29)가 2016년 2월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을 당시 경찰을 통해 언론 보도를 막으려 한 정황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C 씨는 2016년 3월 “음주운전 걸렸을 때 기사가 날까 봐 걱정됐는데 D가 힘써줘 보도를 막았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D 씨는 대화방의 다른 멤버다. 이 대화에서 D 씨는 경찰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후 C 씨는 “팀장에게서 생일 축하 메시지가 왔다”며 자랑했다.
경찰은 C 씨가 언급한 ‘팀장’과 D 씨가 거론한 경찰이 C 씨 음주운전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C 씨는 2016년 2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97%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면허정지 100일과 벌금 250만 원을 선고받았다.
대화방 내용을 제보받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방정현 변호사(40)는 대화방 곳곳에서 경찰과의 유착 정황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일부 멤버가 특정 사건 담당 경찰을 언급하며 “내가 그거 하느라 힘들었다” “내가 그분하고 얘기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승리의 탈세가 의심되는 대목도 있다고 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1일 이 사건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과의 유착이 의심되는 대화 내용이 있어 경찰에 맡기기엔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분간 경찰의 수사 상황을 지켜보고 수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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