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준영 씨(30)가 속했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의 참여자들이 이미 3년 전 불법 촬영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변호사에게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정 씨가 한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찍은 혐의로 고소당했을 때 정 씨의 휴대전화가 수사기관에 압수되면 카톡 대화방에 올라 있던 불법 촬영 동영상과 관련 대화 전체가 드러날까 봐 대응책을 마련하려 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이 대화방에는 정 씨와 아이돌그룹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 등 8명이 속해 있었다.
14일 본보가 만난 정 씨 측근 A 씨에 따르면 대화방 참여자 B 씨는 2016년 8월 정 씨가 고소를 당하자 그동안 정 씨가 대화방에 올린 불법 촬영 성관계 동영상 관련 글 중 일부를 캡처해 변호사에게 보냈다. 대화방 참여자들이 정 씨 휴대전화가 경찰에 압수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되자 B 씨가 지인을 통해 변호사에게 물어본 것이다.
당시 대화방 캡처 사진을 받아본 변호사는 ‘이건 몰래카메라 유포가 맞으니까 큰일 난다. 휴대전화를 경찰에 내지 말라’는 취지로 조언했다고 한다. 대화방 멤버들은 정 씨 휴대전화를 두고 ‘영상을 지워도 경찰이 복구할 것 아니냐’ ‘새 휴대전화를 제출하면 이상해 보일 텐데’ 등의 대화를 나누며 대책을 고민했다고 한다. 정 씨가 “소속사에서 알아서 한다고 했다”며 안심시켰는데 멤버들은 “그래도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정 씨는 고소를 당한 뒤 2016년 8월 18일 한 사설 포렌식 업체에 휴대전화를 맡기고 이틀 뒤 경찰에 출석해 “휴대전화를 잃어버려서 제출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정 씨는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휴대전화를 찾았는데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사설업체에 포렌식을 맡겼다”고 했다. 당시 경찰은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한 채 정 씨를 조사하고 사흘 뒤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검찰이 나중에 정 씨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 형식으로 받아 포렌식 작업을 했는데 불법 촬영 동영상을 유포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정 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정 씨는 당시 이 사건과 관련해 공개 기자회견을 갖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카톡 대화방에서는 이런 ‘사과의 자세’와는 전혀 다른 정황의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는 2016년 9월 25일 사과 기자회견 3시간 전 대화방에 사과문을 읽어 녹음한 파일을 올리며 ‘괜찮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 녹음 파일을 직접 듣고 대화방의 관련 문자 내용도 직접 본 A 씨는 “멤버들이 대화방에서 ‘ㅋㅋㅋㅋㅋ’ ‘제정신 아니다’라며 한바탕 웃었다”고 말했다.
불법 촬영 성관계 동영상을 카톡 단체 대화방에 올린 혐의로 입건된 정 씨는 14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정 씨의 마약 투약 여부도 확인하기 위해 정 씨의 소변과 머리카락을 채취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같은 대화방에서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성 접대를 지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문자를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승리도 이날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광역수사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지난달 27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승리는 두 번째 소환이다. 문제의 카톡 대화방에 함께 있던 강남 클럽 ‘버닝썬’의 모회사 유리홀딩스 대표 유모 씨도 이날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유 씨도 승리와 같은 성매매 알선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조사 내용을 공유하면서 입을 맞출 것을 우려해 같은 날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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