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버닝썬’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버닝썬은 지난해 11월24일 손님 김모(29)씨와 클럽 직원 간 폭행 사건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씨는 보안요원과 시비가 붙어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지만, 경찰이 자신만 체포한 뒤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버닝썬은 경찰 유착, 마약, 성폭력 범죄 사건으로까지 번졌다.
특히 버닝썬의 사내 이사였던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29)가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성접대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가수 정준영(30)은 10여명의 여성들과 성관계 후 불법으로 영상을 촬영·유포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탤런트 박한별(35)은 이들의 범행을 동조한 혐의의 남편 유인석(35) 전 유리홀딩스 대표로 인해 온갖 욕을 먹고 있다. 정준영이 출연 중인 예능 프로그램에는 비상이 걸렸고, ‘정준영 동영상’에 언급된 여자 연예인들은 피해를 호소했다. 버닝썬의 파장은 가요계는 물론 연예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모양새다. 버닝썬의 나비효과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박한별, 남편 연좌제
박한별은 남편 구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 전 대표는 승리와 함께 해외 투자자에게 성접대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승리와 정준영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밴드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30)의 음주운전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에 청탁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포착됐다. 유 전 대표는 “어린 친구들의 과시욕 때문에 부풀려진 내용”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다가, 경찰 조사에서 “총경급 간부와 연락한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한별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박한별은 2017년 11월 드라마 ‘보그맘’ 출연 중 혼인신고와 함께 임신 소식을 전했다. 지난해 4월 아들을 낳은 뒤 MBC 토요극 ‘슬플 때 사랑한다’로 2년 여 만에 복귀했다. 지난달 23일 첫 방송 직후 남편 사건이 터져 하차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와 ‘남편 구설로 연대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한별은 지난해 말부터 ‘슬플 때 사랑한다’ 촬영을 시작, 주인공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다. 측근은 “작품에 피해를 줄 수 없어서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촬영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사실 박한별이 무슨 죄가 있느냐. 남편 사건으로 인해 온갖 욕을 다 먹고 있다. 박한별에게만은 돌을 던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1박2일’ 직격타
‘정준영 동영상’ 사건으로 예능계도 직격타를 맞았다. tvN은 ‘짠내투어’와 다음 달 방송예정인 ‘현지에서 먹힐까?’ 시즌3에서 “정준영이 하차한다”며 “촬영분은 모두 편집해 방송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특히 KBS는 ‘출연자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TV 예능물 ‘해피선데이-1박2일’ 제작진은 지난 12일 “정준영의 출연을 중단한다”며 “이미 촬영을 마친 2회 분량의 방송분도 최대한 편집 방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5~16일 정준영 없이 기존 멤버들인 차태현(43), 윤시윤(33), 김준호(44), 이용진(34), 김종민(40), 데프콘(42)이 예정대로 ‘1박2일’ 녹화를 진행해 우려를 샀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KBS는 “정준영을 모든 프로그램에서 출연 정지시킨데 이어 17일부터 ‘1박2일’의 방송·제작을 중단한다”고 전했다.
정준영은 2013년 11월 ‘1박2일’ 시즌3에 합류했다. 2016년 9월 애인과 성관계 중 영상과 사진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입건, ‘1박2일’에서 하차했지만 4개월 여 만인 이듬해 1월 복귀했다. 현재 10여명의 여성들과 성관계 후 불법으로 영상을 촬영·유포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3년 전 유사한 논란이 있었지만, 수사 당국의 무혐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고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정준영의 출연을 재개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출연자 검증 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까닭이다. ◇정준영 동영상 2차 피해
여자 연예인들은 ‘정준영 동영상’의 희생양이 됐다. ‘지라시’를 통해 정준영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거명한 여자 연예인 명단이 퍼졌다. 탤런트 이청아(35)와 정유미(35), 오연서(32), 김지향(27), MC 오초희(33), 얼짱 출신 모델 도회지(28) 등이다. 이들은 “법적대응 하겠다”고 발끈했다. 이청아는 경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요청했다. 소속사 킹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5일 “온라인의 익명성을 빌어 근거 없는 추측으로 루머를 확대 재생산하고 이청아의 명예와 인격을 훼손하는 행위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 법무법인 문무를 통해 서울지방경찰청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어떠한 합의와 선처 없이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28), 탤런트 송다은(28) 등 정준영, 승리 등과 친분 있는 연예인들도 오해를 받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우리는 피해자가 궁금하지 않다’며 ‘피해자를 추측하는 모든 사진·동영상 유포=2차 가해. 지금 당신이 멈춰야 한다’는 문구의 노란색 경고문이 퍼지고 있다. 탤런트 하연주(32)와 이영진(38) 등은 이를 공유하며 ‘2차 피해를 막아 달라’고 강조했다.
어느 엔터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도 백지영, 오현경, 한성주 등 여자 연예인 동영상 유출 사건이 있었지만, 요즘은 SNS 발달로 유포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졌다. 지라시에 언급만 되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지 않느냐”며 “이 사건을 처음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한 방정현 변호사가 ‘정준영 동영상’ 리스트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다들 믿지 않는 분위기”라고 짚었다.
사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맞아도 법적대응, 아니어도 법적 대응하겠다고 할 수 밖에 없다”며 “이 사건이 터지기 전 리스트에 오른 여성 연예인 중 한 명과 전속계약을 논의 했는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만큼 여성 연예인들은 이런 사건에 휘말리는 것만으로도 이미지 실추 등 피해가 막심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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