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거사위원회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과 ‘장자연 리스트’ 의혹 사건 등의 조사 기간 연장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번복했다. 과거사위 산하 진상조사단 측이 조사가 더 필요하다며 기한을 늘려달라고 한 요청을 거절한 지 6일만이다.
이런 결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진실 규명 지시가 나온 직후에 나왔다. 과거사위원회가 입장을 번복한 배경과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과거사위는 1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회의한 결과 활동 기간을 2개월 연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법무부에 이를 건의했다.
당초 과거사위는 조사단 측의 활동 기한 연장 요청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미 지난 12일에 조사단 요청을 거부하고 더 이상 기한 연장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사위와 조사단 활동이 당초 예상했던 기간 보다 길어지면서 추가 연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 등이었다.
그동안 조사단 측은 김학의 전 차관 사건과 장자연 리스트 사건, 용산 참사 사건 등의 경우 의혹 관련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해 부실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조사 기간 연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지난 11일에 이어 이날도 과거사위에 연장을 재요청한 까닭이다.
감학의 전 차관 사건과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의혹 당사자들의 조사가 필요하고, 추가로 제기된 의혹 등의 조사를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조사 연장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용산 참사 사건의 경우에는 조사단 일부 단원들이 조사 과정에서 과거 수사검사 등의 외압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난 1월 다른 팀에 사건이 재배당됐고 새롭게 조사가 시작됐다.
재수사 등의 요구가 여론에서 빗발치기 시작한 것은 이후의 일이다. 조사단은 연장 요청이 거절된 12일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목격자로 알려진 배우 윤지오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이 장면은 대다수 매체에서 보도됐다.
또 조사단은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 전 차관을 지난 15일 공개 소환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출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소환 통보를 함으로써 불출석 장면이 언론에 보도됐고, 국민들의 공분이 높아졌다. 다만 조사단은 강제수사 권한이 없어 불출석에도 별도 조치를 할 수는 없다.
잇따라 이 같은 상황에서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관련 글이 게시됐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수사(조사) 기간 연장 및 재수사를 청원하는 글에는 이날 기준 65만명이 넘어 최다 추천을 기록했다. 관련 증언을 한 윤지오씨 신변보호 청원도 35만명을 넘었고, 김 전 차관 사건 관련자 엄정 수사 촉구 청원도 11만명이 동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의혹 규명의 파격 발언을 했고 청와대는 국민 청원에 대한 답변도 이로 갈음했다.
문 대통령이 지시를 하고 과거사위가 건의한 만큼 조사단의 활동 기한은 연장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법무부는 검토 후 내일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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