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 살해’ 고유정 첫 공판엔 검찰 스모킹건 없었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3일 11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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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범행 추정하는 정황 증거만 다수 제시했다는 지적 나와
"고씨가 매트리스 핏자국에 테이프 붙여놨다" 증언 관심 끌어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의 의붓아들 살해 혐의 첫 공판에서 검찰이 자신했던 결정적 증거(스모킹건)는 나오지 않았다.

고유정 측은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다며 재판부가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결정적 증거 없이 재판부에게 유죄를 예단할 내용만 공소장에 잔뜩 담아 공소제기 자체가 위법하다는 취지다.

지난 2일 제주지법 제2형사부 정봉기 부장판사는 의붓아들 A(5)군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의 8차 공판을 진행했다.

앞서 이 사건을 기소한 검찰은 “언론에 정황증거만 있는 것처럼 보도가 된 측면이 있다”며 “(의붓아들 사건에) 직접증거가 있다”고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결정적 증거는 공판과정에서 나타내보이겠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막상 공판이 시작되자 검찰은 사건의 변죽만 울리고 있는 모양새다. 변호인 측 주장처럼 검찰이 고씨의 범행 가능성을 설명하는 주변 정황만 나열할 뿐 직접 증거는 하나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씨의 변호인도 이러한 검찰의 난맥상을 짚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검찰이 추측하고 상상하면서 우연적 요소를 꿰맞춘 여러 사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면서 “가장 무서운 것은 추측과 상상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반박했다.

그는 “검찰 공소장에 법령이 요구하는 사항 외의 내용들이 지나치게 많이 기재돼 있다”며 “이는 허용되지 않는 기타 사실을 기재한 공소장 일본주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에 대해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공판에 출석한 사망한 의붓아들 A군의 아버지 B(37)씨의 증언으로 그간 고유정 측이 주장한 진술의 신빙성이 깨진 사례도 다수 나왔다.

우선 고씨는 의붓아들이 숨지던 날 잠을 자지 않고 깨어있었다는 검찰 측 증거가 제시됐다.

검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 3월2일 오전 4시48분께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A군의 외삼촌을 포함한 숨진 친모의 지인 전화번호를 삭제했다.

이는 당시 잠들어 있었다는 고씨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다.

고씨가 A군의 혈흔이 남아있는 침대 매트리스를 B씨와 상의 없이 처분하려한 정황도 나왔다. 검찰은 고씨가 A군 사망 당일 오후 8시께 매트리스 수거업자에게 처분하려한 시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B씨는 고씨가 침대 매트리스의 혈흔 자국이 남은 곳에 테이프를 덧붙여 놓았다는 증언도 내놓았다.

이 같은 진술 공방에도 직접 증거는 나오지 않아 검찰이 혐의 입증을 자신할 만큼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물증이 있다면 변호인의 주장처럼 장황한 공소사실 기재와 범행을 추정케 하는 정황 증거만 제시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고유정에 대한 9차 공판은 오는 16일 오후 2시 제주지법에서 열린다.

[제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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