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재판, 부검의 “누군가 등에 올라타 압박 가능”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16일 15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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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고유정(36)의 9차 공판에서 피해자의 사망 원인을 놓고 검찰과 피고인 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16일 제주지법 제2형사부 정봉기 부장판사는 의붓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추가 기소된 고유정(36)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전 남편 살해 사건 공판까지 합하면 9번째 공판이다.

이날 공판에는 숨진 의붓아들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부검의 2명이 검찰 측 증인으로 참석했다.

핵심은 숨진 의붓아들에게 강한 ‘외력’이 있었는지 여부다. 검찰은 피해자 A(5)군의 머리를 침대 방향으로 돌린 고씨가 뒤에서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피해자가 아버지의 허벅지나 신체에 눌려 사망할 가능성은 극히 드물고, 목적성을 가진 외부 힘이 작용해 숨졌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은 피해자가 갑작스럽게 이유 없이 사망했거나, 당시 5세에 불과한 미성숙한 신체나이로 쉽게 다른 것에 눌려 숨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부검의는 A군에게서 점출혈 외 특이 소견은 없다고 밝혔다. 보통 경부압박질식사에서는 얼굴과 목 윗 부분에 점출혈이 생기지만, 피해자의 경우 점출혈이 주로 가슴 부위에 나타나 경부압박질식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다만 부검의는 이번 사안이 비구폐색성질식사와 압박성 질식사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 비구폐색성질식사는 코나 입 막힘으로 인한 질식사를 뜻한다.

특히 “A군의 왼쪽 어깨 부위에서 발견된 피부까짐 현상(표피박탈)도 그런 과정에서 생겼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숨진 A군의 신체에서 경부압박질식사에서 보이는 뚜렷한 내외적 소견은 보이지 않지만, 외력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검찰과 변호인측의 심문이 끝나자 재판부도 감정 의견서를 면밀히 살핀 후 부검의에게 외력 가능성 확인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재판부는 A군의 가슴 부위에 생긴 점출혈 현상에 집중했다. “누군가 등에 올라타 앉았다고 가정하면 가슴에 점출혈에 발생할 수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부검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증인으로 나온 이숭덕 서울대 법의학 교수는 “(이 사안은) 단순한 신체의 걸침 정도로는 힘들고, 의도적인 외력이 개입돼야만 그런 지경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외력은 몸통의 상당 부분에 걸쳐져 있다”면서 “아이가 반항을 못할 정도의 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얼굴 부위가 그렇게 오랫동안 고정돼 움직이지 않았을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의도적인 압력이 가해지지 않고는 발생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대해 고씨의 변호인은 “증인은 직접 부검을 진행하거나 A군을 보지 않았다”며 “사후적으로 정리된 감정서를 보고 판단한 것이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의견 충돌에도 불구하고 범죄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없어 검찰과 증인의 주장을 재판부가 그대로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고씨는 지난 3월2일 오전 4~6시 사이 아버지와 자고 있는 A군의 머리 뒷부분을 강하게 눌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살해 동기로 고씨가 유산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현 남편이 의붓아들만 아끼는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한 적개심을 범행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사건을 처음 수사한 청주 경찰은 애초에 A씨를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었지만, 국과수에서 수면유도제 성분 검출 감정 결과를 통보받고 수사 방향을 급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청주 경찰은 제주에서 고씨를 만나 추가 수사를 하고, 현 남편과의 대질조사도 벌였다. 8차례나 진행된 조사에서 고씨는 진술을 거부하며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에서도 고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고씨의 변호인은 지난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은 우연적 요소를 꿰맞춘 상상력의 결정체”라고 했다.

범행 동기나 관계 등을 간략히 기재할 수 있음에도 지나치게 나열해 재판부에 예단을 생기게 했다는 취지다.

공판정에 연두색 수의를 입고 나타난 고유정은 평소보다 피곤한 기색을 보이며 미동 없이 바닥만 응시했다. 전 남편 살해 사건 공판 때는 증거를 화면에 비추면 몸을 돌려 적극적으로 확인했지만, 이날 공판에서는 고개를 한번도 들지 않았다.

고유정의 10차 공판은 해를 넘긴 내년 1일6일 오후 2시에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다.

[제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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