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8차 복역자, 채널A 단독 인터뷰
“당시 3일 밤낮 잠 안재우고 때려… 현장검증도 짜인 각본대로 연기”
“조사 끝난 다음에 진술서를 쓰라고 하더라. ‘이렇게 이렇게 쓰라’고 했다. 불러준 대로 썼고 (경찰이) 강제로 지장을 찍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중 8번째 사건(1988년 9월 16일 발생)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복역했던 윤모 씨(52)는 당시 경찰 조사를 받던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8차 사건은 총 10건의 화성 사건 중 유일하게 범인이 검거됐는데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 이춘재(56)가 8차 사건도 자신이 한 짓이라고 최근 자백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9일 채널A와 인터뷰를 한 윤 씨는 30년 전 자신이 경찰 조사를 받을 때 겪었다는 일들에 대해 자세히 얘기했다.
“손바닥으로 때리고, 주먹으로 때리고, 쪼그려 뛰기를 시켰는데 (내가) 못하고 자빠지니 발로 걷어차고….”
윤 씨는 조사받을 당시 경찰에게 폭행당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자신을 때렸다는 형사의 이름을 대기도 했다. 윤 씨는 또 “3일 밤낮 잠을 안 재우고 안 한 일을 (했다고) 하라고 강압적으로 그러는데 사람이 3일간 잠을 못 자면 미친다”며 허위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윤 씨는 1990년 2월 선고된 자신의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도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허위 자백을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검사가 조사 과정에서 ‘자백 안 하면 사형’이라는 거야. 자백하면 무기징역이나 20년으로 해줄 수 있다고 해. 나도 살고 봐야 될 거 아니야. 그래서 1심 땐 그렇게 갔는데 2심 때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윤 씨는 범행을 인정했던 1심 재판 때와 달리 2심에서 ‘허위 자백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범행을 부인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윤 씨는 자신이 검거된 뒤 진행된 현장검증도 엉터리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각본이 짜인 거라고 보면 된다. 당시 형사가 이렇게 이렇게 하라고 말한 게 생각난다”고 했다. 특히 윤 씨는 “내가 이 다리로 담을 어떻게 넘을 수 있냐”며 “현장검증 때 ‘담을 넘으라’고 해서 형사가 잡아준 상태로 제스처만 취했다”고 말했다. 소아마비를 앓은 윤 씨는 왼쪽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 윤 씨는 이춘재에 대해 얘기하면서 “나보다 형님뻘일 텐데 모든 진실을 다 밝히고 속 시원하게 말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씨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재심 청구를 준비 중이다. 재심 청구는 박준영 변호사가 맡기로 했다. 박 변호사는 이른바 ‘약촌오거리 택시 운전사 살인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10년간 복역하고 만기 출소한 최모 씨의 재심 청구 사건을 맡아 무죄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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