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권한’ 이어 ‘피의자 신분 전환’ 논란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15일 14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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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공소시효가 끝나 공소권이 없는 화성 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모(56)씨를 입건한 가운데 수사 권한 논란에 이어 피의자 신분 전환 논란까지 불거졌다.

경찰은 공소시효가 끝나 강제수사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소시효가 완성됐더라도 끝까지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경찰의 책무라고 판단했다”는 원론적인 설명만 해 보여주기식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5일 브리핑에서 “명망있는 학계와 법조계 인사들의 자문 결과를 참고해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 대상자를 피의자로 입건해 범죄 혐의 규명을 위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자백한 14건의 살인사건과 30여 건의 성폭력사건 가운데 DNA가 확인된 화성 3, 4, 5, 7, 9차 사건 등 5건에 대해 입건됐다. 경찰은 수사를 거쳐 이씨의 다른 혐의가 입증되면 이씨를 추가 입건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문위원 가운데 형사 입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다. 일부 반대와 일부 찬성이 있지만, 찬성하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 부분 참고해서 검토한 결과 입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부적으로도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이 없는 이씨 사건을 입건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금까지는 피의자가 아니고 진술 조서를 받았지만, 정식으로 입건해 전날부터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입건을 수사의 전환점으로 생각한다. 피의자 신문조사를 작성하고, 자백에 대한 충분한 보강수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수사 결과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며 “(송치 이후는) 검찰의 영역이다. 저희는 진실을 규명해 송치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다만 “입건했다고 하더라도 압수수색이나 구속 등 강제수사는 허용이 안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다음날인 지난달 19일 첫 브리핑부터 줄곧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을 수사하는 입장을 설명했다.

경찰은 첫 브리핑에서는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을 피의자로 신분 전환했을 경우 절차에 대해 “법적으로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며 “피의자에 대한 처벌도 있지만,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는 “경찰은 혐의가 있으면 수사를 해야 한다. 공소권이 없으면 수사하면 안 된다는 금지 규정은 없다. 나름대로 판례와 학설을 검토해 명백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공소시효가 끝나도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씨를 피의자로 입건하더라도 검찰에 ‘공소권 없음’으로 송치해야 하고, 강제수사를 할 수 없는 부분들을 알면서도 이씨 입건을 강행했다. 기소나 처벌을 할 수 없는 데도 이씨를 입건한 것에 대해 보여주기식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검찰은 “이씨 입건에 대해 공소시효가 끝난 뒤 입건하는 경우가 없다”며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가 있어서 하는 게 입건인데 공소시효가 끝난 뒤 입건하는 경우는 없다. 경찰은 공소권이 없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것이고, 검찰에서도 기소할 수 없어서 특별한 경우 아니면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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