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건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중 유일하게 범인이 붙잡혔던 8번째 사건의 증거물에서는 피의자 이춘재(56)의 유전자(DNA)가 검출되지 않았다.
‘화성사건 특별수사본부’는 “8번째 화성 사건(1988년 9월 16일 발생) 현장에서 발견된 토끼풀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정을 의뢰했지만 이춘재뿐 아니라 다른 남성의 DNA도 나오지 않았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8번째 사건이 발생한 이듬해 윤모 씨(52)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윤 씨의 유죄가 확정되자 피해자의 유류품 등 증거물 상당수를 폐기했다. 토끼풀은 당시에도 증거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던 터라 수사본부는 이번 감정 결과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최근 이춘재는 8차 사건을 포함한 화성 사건 10건뿐 아니라 추가 살인 4건도 자기가 한 짓이라고 자백했다. 이 중 3번째 화성 사건 등 5건에서 이춘재의 DNA가 나왔다.
수사본부는 8번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를 했던 윤 씨에게 사건 당시 피의자 신문조서와 구속영장 등 모두 9건의 문건을 제공하기로 했다. 윤 씨가 당시 고문 등 강압수사에 의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할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윤 씨의 재심 청구를 돕는 박준영 변호사는 “제공받을 경찰 기록 등을 토대로 가혹행위가 있었던 정황을 입증해 사실규명이 가능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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