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사건’ 중 8번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복역했던 윤모 씨(52)가 이 사건을 최근 자백한 이춘재(56)에 대해 “자백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윤 씨는 경찰에 법최면 조사를 자청했고, 앞으로 자신의 무죄를 밝히기 위한 재심이 진행되면 이춘재를 증인으로 법정에 세워 달라고 신청할 계획이다. 법최면은 과거의 어렴풋한 순간적인 기억을 극대화하는 수사 기법이다.
윤 씨는 26일 오후 1시 반경 ‘화성사건 특별수사본부’가 있는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춘재가 자백하지 않았으면 제 사건은 묻혔을 것”이라며 “솔직히 이춘재에게 고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씨는 8차 사건 당시 자신을 조사했던 경찰의 강압수사 의혹에 대해선 “몇 차례 구타당했고 고문도 3일 동안 당했다”며 “(당시 경찰관들이) 양심이 있으면 당당히 나와서 사과하라”고 말했다.
윤 씨는 27일 오전 1시까지 이어진 참고인 조사에서 ‘30년 전에는 강압수사 때문에 허위 자백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씨의 재심 청구를 돕고 있는 박준영 변호사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윤 씨의 억울함을 더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경찰에 ‘다음 참고인 조사 때는 법최면 조사를 해달라’고 자청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재심 절차가 진행되면 이춘재를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라며 “이춘재가 법정에 서서 자신의 범행을 구체적으로 털어놓는 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윤 씨는 1988년 9월 8번째 화성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이듬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간 복역하다가 감형돼 2009년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윤 씨는 1심 선고 이후 범행을 줄곧 부인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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