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수감생활까지 마쳤던 윤모씨(52)가 13일 30여년 만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윤씨는 법무법인 다산 김칠준, 이주희 변호사와 재심 조력가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청구’라고 적힌 각봉투를 수원지법에 제출했다.
수원지법은 화성 8차 사건이 일어나던 이듬해인 1989년 10월 윤씨가 살인, 강간치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법원이다.
재심청구는 ‘원판결의 법원이 관할한다’는 형사법 제 423조에 따라 윤씨는 이날 20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해온 것에 대한 올바른 법리적 판단을 위해 30여년 만에 다시 수원지법에 모습을 나타냈다.
윤씨는 이날 재심청구서를 제출한 후에 “무죄를 받고 명예를 찾는다면 그걸로 족하다. 당시 경찰은 무능하다고 보지만 지금의 경찰은 100% 신뢰하고 잘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법원이 정당하게 무죄를 밝혀주길 원한다”고 짧게 답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그동안 모방범죄로 알려졌던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혔던 지난 10월부터 법무법인 다산과 박 변호사가 윤씨의 재심을 준비해 왔다.
재심청구서 제출에 앞서 열렸던 기자회견에서 박 변호사는 재심청구 사유에 대해 형사소송법 제 420조를 근거로 해서 두 가지로 나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윤씨가 이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었던 구체적인 사유는 Δ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제 5호) Δ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7호)에 따른 것이다”라고 말했다.
화성 8차 사건에 대한 이춘재의 자백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당시 감정서가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임을 뒷받침하는 역할이라고 박 변호사는 강조했다.
그는 “자백은 ‘증거의 왕’이자 ‘가장 위험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이춘재가 저지르지 않았더라면 나올 수 없는 아주 의미있는 진술이 나왔다”며 “당시 국과수의 ‘방사성 동위원소’ 기법에 대한 감정서의 오류를 지적하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미 확보했다”고 말했다.
또 이춘재가 화성 8차 사건의 진범이라고 밝혀졌을 때부터 도마위에 올랐던 당시 수사관들의 가혹행위는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였음을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당시 수사관들은 윤씨를 쪼그려뛰기나 사흘동안 잠을 안재우는 등 가혹행위는 물론, 허위 진술조서 작성 및 영장없는 현장검증까지 이는 엄연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춘재에게 아무런 수사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자백을 이끌어낸 지금의 경찰이 공(功)이 크기 때문에 현재로써 (자세한)공에 대한 이야기를 우선 꺼내는 것이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김칠준 변호사도 “한 사람의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당시 사법기관과 수사기관은 하나도 제대로 작동된 것이 없다”며 “변호인단은 윤씨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도 물론, 화성 8차 사건으로 온 사회가 확증편향에 빠진 것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하면서 재심청구에 대한 총론적 의미를 밝혔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모양(13)이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목이 졸려 살해된 사건이다.
이때 사건현장에서 체모 8점이 발견됐고, 경찰은 윤씨를 범인으로 특정해 조사를 벌였다.
이후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교도소에 수감된 이후 20년형으로 감형돼 2009년 청주교도소에서 출소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인 이춘재(56)가 그동안 모방범죄로 알려졌던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히면서 윤씨도 재심청구를 준비 해왔다.
윤씨는 당시 경찰의 강압수사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흘 밤낮을 재우지 않은 것은 물론 갖은 고문에 시달렸다는 것이 윤씨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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