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8차사건 윤씨 재심 청구
변호인 "오래 걸릴 이유가 없다"
경찰, 재심 개시 전에 수사결과 발표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모(52)씨가 13일 재심을 청구한 가운데 재심 개시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씨는 이날 오전 11시께 수원지법 민원실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재심청구서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재심이유)가 규정하고 있는 7가지 가운데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제5호)’와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제1호·7호)’에 따라 재심을 청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화성연쇄살인 피의자 이모(56)씨의 자백, 취약한 과학기술 토대로 나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 내용, 수사기관의 직무상 위법 행위를 들며 재심을 청구한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423조(재심의 관할)에 따라 재심 청구는 원판결의 법원이 관할하기 때문에 당시 이 사건 1심 판결을 한 수원지법에서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재심 결정이 확정된 다른 사건들을 보면, 검찰의 항고 등으로 인해 재심 개시 결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경우가 많다.
‘약촌오거리 사건’의 경우 재심 개시 결정이 확정될 때까지 2년9개월이 걸렸다. 이 사건은 2000년 8월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이다.
살인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던 최모(당시 15세)씨는 2010년 만기 출소했다. 최씨는 2013년 재심을 청구해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지만, 검찰이 항고했다. 대법원은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했고, 다시 시작된 재판에서 박 변호사는 경찰의 가혹행위로 최씨가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2016년 1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삼례나라슈퍼 3인조 사건’은 1년4개월 만에 재심이 개시됐다. 최대열씨 등 3명은 1999년 2월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침입해 주인 할머니의 입을 테이프로 막아 숨지게 한 뒤 현금·패물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구속돼 각 징역 3~6년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쳤다. 이들은 2015년 3월 재심을 청구했고, 이듬해 7월 재심 개시 결정된 뒤 같은해 10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2000년 3월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2015년 1월 재심을 청구한 김신혜 사건의 경우 검찰의 항고가 이어져 3년9개월 만에 재심 개시가 확정됐다.
이처럼 재심 개시까지 몇 년씩 걸리는 경우가 많지만, 윤씨 재심 변호인단은 이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절차가 빨리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다.
윤씨 재심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다른 사건과 비교할 사건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공적 기관인 경찰에서 나온 이씨 자백이 있다. 이씨가 진범으로 확신이 드는 상황에서 재심이 오래 걸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항고 가능성도 있지만, 이 사건은 검찰이 불복할 사건이 아니다. 오히려 최대한 실체 발견에 협조해 판단하고 승복할 사건이지, 불복할 사건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과거 재심 개시까지 오래 걸린 사건이 많지만,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바뀌었다. 재심을 바라보는 입장도 달라졌다. 각 기관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국민 상식에 맞게 업무 처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재심 개시까지 정해진 기간이 없어 예상할 수 없다. 검토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당한 뒤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윤씨는 다음해 범인으로 검거돼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사건 당시 1심까지 범행을 인정했다. 2·3심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항소는 기각됐다. 수감생활을 하던 윤씨는 감형돼 2009년 출소했다.
최근 화성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씨가 8차 사건을 포함한 14건의 살인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하면서 진범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재심 개시 전에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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