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으로 검거돼 20년 간 복역한 윤모씨(52)의 변호인단이 과거 윤씨의 조서문건을 언론에 공개하며 피의자 이춘재(56)가 8차 사건의 진범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15일 윤씨의 재심을 돕고있는 법무법인 다산은 1989년 7~8월 윤씨가 당시 화성경찰서에서 작성한 진술조서 2건, 피의자신문조서 3건 등을 언론에 공개했다.
공개된 문건은 1989년 7월26일에 작성된 진술조서 2건, 같은 해 7월27~28일, 8월3일에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 3건 등으로 구성됐다.
진술조서 등을 살펴보면 “(생략)학생이 힘이 없이 축 늘어지는 것 같길래 하의 긴 바지를 내리고 상의는 무엇을 입었는지 잘 모르겠으나 위로 걷어 올리고 흰색 팬티를 무릎까지 내리고는(생략)…”이라고 적시돼 있다.
당시 문건에 따르면 윤씨는 8차 사건이 발생했던 1988년 9월15일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에서 피해자 박모양(당시 13세)의 방에 침입해 목을 조른 후 성폭행했으며 범행 이후, 박양의 속옷을 다시 입히고 현장을 빠져나온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윤씨가 당시 경찰 조사에서 한 이같은 자백은 그의 주장대로 강압이나 고문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춘재의 등장으로 화성연쇄살인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경기남부경찰청은 15일 6차 브리핑에서 “이 사건의 피의자(이춘재)가 당시 박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박양 근처에 있던 ‘새로운 속옷으로 다시 입혔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의자가 ‘일부러 거꾸로 입혔다’라는 진술은 없었다”며 “새로운 속옷을 입혔다고 했고 당시 박양이 ‘원래 착용하고 있던 속옷은 유기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 찍힌 사건현장 사진을 보니 박양의 속옷에 부착된 라벨이 겉으로 드러나 있었고 이를 국과수에 감정의뢰 했다”며 “국과수 감정결과 ‘박양이 (스스로) 거꾸로 속옷을 입었다는 확률보다는 피의자가 현재 진술하고 있는 부분이 더 합리적이다’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현장사진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 박양의 속옷이 뒤집어 입혀져 있었는데, 이는 피해자의 속옷을 무릎까지 내린 뒤 범행했다는 윤씨의 진술보다, 범행 후 새로운 속옷을 입혔다고 주장한 이춘재의 진술에 더 부합된다는 것이다.
또한 수사본부는 “수사기록에 의한 당시 현장상황과 피의자(이춘재) 진술을 비교분석한 결과 발생일시와 장소, 침입경로, 피해자(박모양)의 모습, 범행수법 등에 대해 구체적이며 내용이 대부분 부합하다”고 했다.
그동안 모방범죄로 알려졌던 8차 사건도 이춘재의 진술이 윤씨의 임의성 있는 진술보다는 보다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어 신뢰성이 높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이어 “피의자는 자신만이 알 수 있는 피해자 신체특징, 가옥구조, 침입경로, 시신위치 내부상황 등 일관된 진술로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다”며 “수사에 동참한 프로파일러도 이는 언론과 경찰 수사기록에 의존해 기억한 것이 아닌 본인(피의자)이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의 이날 발표로 8차 사건 당시 경찰의 강압수사와 부실수사로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는 윤씨의 재심은 일단 윤씨에게 유리한 쪽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씨는 지난 10월 이춘재가 8차 사건 범행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한 이후부터 법무법인 다산 김칠준·이주희 변호사, 재심 조력가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재심을 준비해왔다.
이에 재심청구는 ‘원판결의 법원이 관할한다’는 형사소송법 제 423조에 따라 윤씨는 지난 13일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올바른 법리적 판단을 원한다며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윤씨의 재심청구 사유는 형사법 제 420조 Δ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제 5호) Δ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제 1·7호) 등에 따라 이뤄졌다.
수원지법은 화성 8차 사건이 일어나던 이듬해인 1989년 10월 윤씨에게 살인, 강간치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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