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8차 사건’ 윤씨 “이제 떳떳하게 가족들 볼 수 있게 됐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11월 20일 18시 24분


20년 징역살이에 '범지자 낙인' 가족에 못 돌아가
"인생의 나침판인 어머니, 살아온 과정 알고싶어요"

“이제는 떳떳하게 가족들을 찾을 수 있다.”

화성 8차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25)씨는 20일 충북NGO센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지난 13일 수원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한 그의 표정은 처음과는 달리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윤씨는 “이씨의 자백으로 주변에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은 격려를 해주고 있어 힘을 얻고 있다”며 “이제는 가족들을 떳떳히 볼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씨는 지난 2009년 청주교도소에서 가석방된 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않고 청주에 정착했다. 엄밀히 말하면 돌아갈 수 없었다.

죄인이라는 낙인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사회는 아직까지 출소자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갖고 있어 가족을 볼 면목도, 부담을 주기도 싫었다. 친인척 없는 청주에 윤씨는 그렇게 정착하게 됐다.

남들과의 약속을 최우선으로 신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오길 10여년, 차츰차츰 화성 사건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힐 때쯤 화성 8차 사건에 대한 유력 용의자인 이모(56)씨의 자백이 나왔다. 또 최근 경찰이 화성 8차 사건의 진범을 피의자 이씨로 잠정 결론 내렸다.

윤씨는 “이제 죽어서 돌아가신 부모님 얼굴을 떳떳하게 볼 수 있어 행복하다”며 “어머님께 감사드린다. 어머니가 아니였으면 남들처럼 살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씨의 어머니는 그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사고를 당해 세상을 등졌다. 이후 외가 친척들과는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그는 “인생의 나침판이 돼 주신 강인했던 어머니의 살아온 과정을 알고 싶다. 외가 쪽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궁금하다”며 모친과의 추억을 찾고자 하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윤씨는 “어머니의 성함은 박금식”이라며 “고향은 충북 진천군이다. 누구라도 저의 어머님 또는 외가 친척을 아시는 분이 있다면 연락을 달라”고 부탁했다.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당한 뒤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윤씨는 다음해 범인으로 검거돼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사건 당시 1심까지 범행을 인정했다. 2·3심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항소는 기각됐다. 수감생활을 하던 윤씨는 감형돼 2009년 출소했다.

최근 화성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씨가 8차 사건을 포함한 14건의 살인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하면서 진범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윤씨는 억울함을 주장하며 13일 화성 8차 사건 재심을 청구했다.

[청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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