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8차사건을 두고 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이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되자 경찰이 공식 입장을 내놨다.
경기남부경찰청 반기수 수사본부장(2부장)은 17일 오전 본청에서 가진 7차 브리핑에서 “경찰은 이춘재 연쇄살인사건과 초등생 김양 실종사건 희생자들의 아픔을 달래고, 30여 년 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왔다”며 “그러나 최근 이런 경찰 노력이 수사권 조정에 있어 기관 간 다툼으로 비쳐 국민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앞서 수원지검은 지난 11일 이춘재 8차사건으로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씨(52)의 수사촉구 의뢰서가 검찰에 접수된 점과 윤씨의 재심개시 결정 여부 의견을 연내 법원에 전달하는 등의 이유로 직접조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부산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이춘재가 수원구치소로 이감된 사실을 경찰은 전혀 모르고 있었고, 현재 경찰 수사 마무리 단계인 8차 사건을 검찰이 직접 수사하겠다고 나서면서 ‘중복수사’ 아니냐는 지적이 경찰 내부에서 제기됐었다.
반 본부장은 “검찰에 대한 발표로 (대응차원에서) 이날 브리핑을 한다고 하면 오해”라며 “경찰도 그동안 국과수 감정결과 의혹 등 이 부분(8차 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 확인이 다 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수사가 다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수사자료를 제출하라고 하면 어떻게 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전날 민갑룡 경찰청장이 이 사안에 대해 언급한 것을 입장으로 대체하겠다”면서 마무리 지었다.
전날 경찰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민 청장은 검찰이 이춘재 8차사건 전담조사팀을 구성해 직접조사에 나서기로 했고, 경찰도 수사팀을 꾸린 상황이라 검·경 대결로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민 청장은 “수사와 기소, 재판과 관련된 기관들은 모두 책임이 있다”며 “경찰도 재심법원에 의견서를 내야 할 의무가 있고 검찰도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양 기관은 과오에 대해서 책임져야 하며 (사건 당사자들에 대해서는)피해회복이 이뤄져야 한다”며 “(검·경이)다툴 부분은 아닌 것 같고 협력해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그동안 30여 년간 불렸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으로 명칭을 바꾸고, 이와 관련된 당시 수사관들을 입건했다고 전했다.
반 본부장은 “현재까지 진행된 사건별 수사결과와 당시 수사기록 등을 면밀히 재분석해 이춘재의 자백을 보강할 것”이라며 “수사본부는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당시의 수사 과오에 대해 한 점의 의혹 없이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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