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을 수사하던 당시 경찰이 피해자의 유골을 발견하고도 은닉한 혐의로 입건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반기수 수사본부장(2부장)은 17일 오전 본청에서 가진 7차 브리핑에서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관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사건담당 형사계장 A씨와 형사 B씨 등 2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은 1989년 7월7일 화성군(화성시) 태안읍에서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김모양(당시 9)이 실종된 사건이다.
같은 해 12월 참새잡이를 하던 마을주민들이 한 야산에서 김양의 것으로 추정되는 치마와 책가방 등 유류품 10여점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지만 시신을 끝내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단순가출로 접수돼 지금까지 실종사건으로 분류됐던 사건이 경찰의 증거조작으로 인해 제대로 된 수사 없이 마무리 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당시 부실수사 여부에 대한 재수사가 진행됐다.
반 수사본부장은 “이 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지역주민을 만났고, ‘1989년 초겨울 야간수색 중 줄넘기 줄에 결박된 양손 뼈를 형사계장 A씨와 함께 발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또 이춘재도 자신이 이 사건의 피해자를 ‘범행당시, 양 손목을 줄넘기 줄로 결박했다’고 자백했다”고 언급했다.
경찰은 A씨가 김양의 유골 일부를 발견하고도 은닉한 혐의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형사 B씨는 1989년 12월21~25일 당시 김양 아버지와 사촌언니에 대한 참고인 조사에서 김양의 줄넘기 줄에 대해 질문하는 등 유류품이 발견됐음에도 당사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점에 비추어 B씨를 사체은닉과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입건된 수사관들은 “기억이 안 난다” “들은 바 있지만 덮었다” “누가 직접적으로 행위를 주도했는지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달 1일부터 9일간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의 시신 수색작업이 이뤄졌던 현장에서 유가족이 찾아와 “경찰이 시신을 숨겼다”는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바 있다.
수색작업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6명,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 230명 및 기동대 944명 등 총 1180명의 인원이 투입됐고, 장비 지표투과레이더(GPR) 5대와 금속탐지기 6대 등이 동원됐지만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반 수사본부장은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으로 인한 희생자와 그 가족, 특히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 한 윤모씨, 30여년 간 가족의 생사조차 알지 못하고 지낸 김양 유가족에게도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죄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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