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행사장 붕괴 참사]
참사 현장 56분짜리 동영상 복원… 안전관리 직원 한명도 없어
부산외국어대 남자 신입생 일부가 수줍게 무대 위에 서 있다. 사회자의 진행으로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무대 위로 데려오는 게임을 하던 중이다. 한 남자가 용기 있게 이상형을 찾으러 무대 아래로 뛰어 내려가는 순간 무대 위 천장이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게임을 즐기던 신입생들의 환호성이 울부짖음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지붕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13초에 불과했다.
이는 경찰이 17일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참사 현장에서 발견된 6mm 비디오카메라 속 테이프를 복원하고 분석한 사고 순간이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행사 장면을 촬영하다 숨진 최정운 씨(43)가 마지막으로 찍은 56분짜리 동영상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즐기던 신입생들이 갑자기 지붕이 무너지면서 혼란에 빠지는 장면이 생생히 담겨 있다.
지붕이 굉음과 함께 무대 쪽부터 도미노처럼 V자 형태로 무너져 내리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3초였다. 당시 학생들은 무대에서 벌어지는 게임을 즐기느라 체육관 중앙에 몰려 있었는데 지붕이 V자 형태로 무너지다 보니 피해가 컸다. 체육관에 있던 560명의 학생은 무대 반대편과 좌우로 재빨리 흩어졌지만 붕괴 속도가 빠르고 인원이 많다 보니 다수의 사상자(10명 사망, 105명 부상)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동영상에는 지붕 붕괴 직후 조명이 꺼진 암흑 속에 울려 퍼지는 처참한 비명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경찰은 유가족의 2차 피해를 고려해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 조사 결과 마우나오션리조트는 시설 안전을 관리하는 직원을 12명이나 두고 있지만 참사 당시 체육관 인근에는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리조트에 따르면 이 직원들은 야간에 순찰을 돌며 시설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 총학생회 간부 A 씨는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불과 20m 거리에서 체육관이 무너지는 장면을 목격했는데 사고 직후 주변에 리조트 측 안전요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참사가 난 체육관에 안전담당 정·부 책임자가 지정돼 있지 않은 데다 행사 대행업체가 총학생회를 대신해 리조트와 맺은 계약서에도 안전관리에 대한 조항은 없었다. 또 경찰은 참사 6일 전 리조트로부터 체육관 보강공사비 견적을 의뢰받아 현장을 살펴봤다고 주장한 울산의 건설업자 K 씨(57)의 신원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총학생회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장소를 경주의 K리조트에서 마우나오션리조트로 급하게 바꾼 배경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총학생회 측은 “학교가 금전 지원을 해줄 걸로 기대하고 K리조트를 예약했는데 지원이 없었다. 계약금을 못 내 계약이 파기되는 바람에 마우나오션리조트로 장소를 바꿨다”고 진술했지만, K리조트 총지배인은 “한 달 전에 총학생회 측이 행사 시설과 객실만 한 번 둘러보고 갔을 뿐 계약금에 대해선 일절 얘기하지 않고 이후 연락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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