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3척중 1척은 20년 넘어… 바다위 시한폭탄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1일 03시 00분


[세월호 침몰/멈춰버린 안전시계]
[3] 선박은 낡고 선원은 늙고… 대형사고 우려 커져

국내 여객선의 노후화와 선원 고령화로 대형 선박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지난해 11월 한국해운조합이 발간한 연안해운통계연보에 따르면 2012년 국내 전체 여객선 217척 가운데 20년 이상 된 선박은 67척으로 전체의 30.9%에 달했다. 2007년에는 20년 이상 된 선박이 201척 중 22척(10.9%)에 불과했지만 5년 동안 크게 증가했다.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는 1994년 일본에서 건조해 2010년 국내에 들여왔다. 연보에 따르면 15년 이상 20년 미만인 선박은 69척(31.8%)이었고 10년 이상 15년 미만은 36척(16.6%), 5년 이상 10년 미만은 26척(12.0%), 5년 미만은 19척(8.8%)이었다.

지상원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장비가 노후화하면 외판이나 갑판 등에 마모와 부식이 심해져 약한 충격에도 배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원들의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2012년 말 기준 국내 여객선의 선원 총 8269명 중 60세 이상이 3383명으로 전체의 40.9%였다. 5년 전보다 9.2%포인트 증가했다. 인력이 고령화하면 최신 선박 기술을 습득하기 어렵고 관습에 젖어 항해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3등 항해사의 연봉이 외항선을 타면 4000만 원 안팎이지만 청해진해운 같은 내항선을 타면 2000만 원 안팎”이라며 “이 때문에 외항선에는 선원이 몰리고 내항선은 인력이 부족한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봉이 낮아서 내항선에는 젊고 우수한 인력이 유입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연보에 따르면 국내 여객선에서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직원 수는 2012년 74명으로 2003년(81명), 2004년(76명)보다 감소했다.

선박 노후화와 안전 불감증의 근본적인 원인은 여객선 업계가 영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해양수산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기준 67개 연안여객사업자 가운데 자본금이 10억 원이 안 되는 업체가 44곳으로 65.7%였다.

박성현 목포해양대 국제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선박이 노후화하면 안전장비와 항해장비 등의 유지 보수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지만 업체들이 영세해 유지 보수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09년 해운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여객선의 선령 제한을 25년에서 30년으로 완화한 것도 선박 노후화의 이유로 꼽힌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운업계가 어려움을 겪자 정부는 선사들의 요청에 따라 선령 제한을 완화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세월호 침몰#여객선 노후#선원 고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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