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은 해경, 화물선은 해수부 담당… 사고땐 네탓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2일 03시 00분


[세월호 침몰/중구난방 정부]
해수부 “여객선 관련 정보 우린 몰라”… 사고수습본부 만들고도 초기대응 못해
전문가 “해양안전 통합체계 구축해야”

희망도 덧없이… 팽목항에 도착하는 시신들



‘슬픈 귀환’이었다. 1명, 그리고 또 1명…. 다수의 잠수대원이 세월호 선내로 진입한 21일 실종됐던 세월호 승객들이 잇따라 발견됐다. 소방대원들이 이날 저녁 전남 진도군 팽목항으로 인양된 시신을 옮기고 있다. 진도=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희망도 덧없이… 팽목항에 도착하는 시신들 ‘슬픈 귀환’이었다. 1명, 그리고 또 1명…. 다수의 잠수대원이 세월호 선내로 진입한 21일 실종됐던 세월호 승객들이 잇따라 발견됐다. 소방대원들이 이날 저녁 전남 진도군 팽목항으로 인양된 시신을 옮기고 있다. 진도=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내 선박운항에 대한 안전관리의 책임과 권한이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에 나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정부 안에서도 선박운항에 대한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세월호 사고와 같은 대형사고가 발생할 경우 초기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해양업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여객선 및 유도선의 안전관리는 해경, 화물선은 해수부, 어선은 지자체 등으로 선박의 안전관리 책임을 여러 정부기관이 나눠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여러 갈래로 나뉜 해양 재난안전 체계 때문에 세월호 사고의 피해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한다.

사고 직후 해수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세웠지만 세월호의 운항관리규정 등 안전 상태에 대한 정보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해수부 수습본부는 선박 안전관리규정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선박 안전은 해경이 모든 정보를 갖고 있어 우리는 모른다”라는 답변을 내놓기 일쑤였다. 사고 1시간 만에 수습본부를 가동했지만 정작 아무런 정보도 없이 꾸려진 졸속 본부였던 셈이다.

해운법에 따르면 국내 여객선의 안전은 해경의 책임이다. 국내 연안을 오가는 여객 선박의 운항관리규정 심사와 운항관리자 감독 등의 업무는 해경이 전담하고 있다. 이상진 해수부 해운정책과장은 “1993년 서해훼리호 사건을 계기로 해운항만청에서 해경으로 전담 부처가 바뀌었다”면서 “당시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과적이었는데 일반직 공무원들이 선사의 과적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1997년에 수사권이 있는 해경에 업무가 이관됐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화물선에 대한 안전 점검은 해수부가 총괄하고 있고, 어선의 경우에는 각 지자체가 해수부 규정을 위임받아 안전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선박의 종류에 따라 안전관리 주체가 다르다 보니 총괄적인 해양안전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선박이라는 교통수단을 ‘안전’ 측면에서 종합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선박 종류’에 따라 규정하는 것 자체가 관료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이은방 한국해양대 교수(해양경찰학)는 “본질적으로 똑같은 안전관리인데도 배의 종류에 따라 관리 주체를 달리한 것이 문제”라며 “대규모 인명 피해를 유발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입체적인 해양교통 안전관리체계의 수립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해수부의 한 관계자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해양교통 안전 전반을 관리하는 공단을 신설하는 등 국내 해양사고 안전관리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수부는 올해 해양안전 예산을 최근 3년 새 가장 적게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해양안전 관련 예산은 5402억 원으로 2012년의 5653억 원, 지난해 5712억 원보다 250억 원 이상 적었다. 특히 노후 선박의 안전성 강화 등에 들어가는 ‘선박 안전성 예산’이 올해에는 499억85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43억 원 줄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세월호#해양안전 통합체계#해수부#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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