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돈 아끼려고… 車바퀴 고정 틀 4개 아닌 2개만 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3일 03시 00분


[세월호 침몰/예고된 人災]
“불법으로 면허 빌려 화물고정 작업… 청해진, 사후점검도 제대로 안해”
해수부, 청해진 사업면허 취소 검토

청해진해운이 고박(화물 고정) 작업의 경비를 아끼려고 불법으로 다른 업체의 면허를 빌려 세월호에서 화물을 묶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은 세월호가 급회전할 때 느슨하게 묶인 대형 화물이 한쪽으로 쏠려 여객선 복원력에 큰 장애를 미쳤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청해진해운의 불법 고박 작업 의혹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해경은 최근 고박 전문업체 A사 관계자를 소환해 “청해진해운이 우리 회사의 고박 면허를 빌리는 조건으로 하역비 중 3%를 건네주고 실제 고박은 하역업체인 W사에 맡겼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이 회사는 인천지역 5개 고박 전문업체 중 한 곳으로 청해진해운에 면허만 빌려주고 실제 하역 작업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해경 조사에서 “화물 선적과 고박 작업이 끝나면 검정사가 점검해야 하지만 세월호에선 이 같은 현장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해진해운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천항 선사 중에서 유일하게 고박 전문업체에 일감을 직접 주지 않는 ‘짠돌이 선사’로 알려져 있다. 해경은 청해진해운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하역사, 고박사, 검정사와 개별 계약을 맺지 않고 W사를 통해 모든 작업을 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은 최근 W사를 압수수색했다.

세월호 하역 작업자들에 따르면 세월호에 실린 자동차의 경우 삼각형 형태의 2개 벨트로 묶지 않고 외줄로 고정했고, 바퀴 고정용 목틀을 앞뒤에 4개가 아닌 2개만 사용했다. 또 컨테이너를 쇠줄이 아닌 일반 밧줄로 고정했다.

이에 대해 W사는 “A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고박 작업을 함께 해왔다”며 “갑(甲) 입장인 청해진해운이 제공하는 장비와 경비 내에서 하역작업을 해왔다”고 해명했다.

한편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침몰 사고를 낸 청해진해운의 해상여객운송사업 면허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현행 해운법 19조는 여객운송사업자의 고의나 과실에 의해 해양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수부 장관이 해당 업체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수부 측은 “사고 발생 이후 승객을 대피시키지 않은 것만으로도 면허 취소 사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해진해운의 면허 관할지인 인천해운항만청은 다음 달 청해진해운 관계자들을 불러 면허 취소에 대한 업체 측 소명을 듣고 면허 취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해수부는 이날부터 30일까지 9일 동안 전국에서 운항하는 연안여객선 173척에 대해 긴급 안전점검에 나선다. 휴업 중인 선박을 제외한 전국 모든 연안여객선을 대상으로 구명설비 비치 여부와 정상작동 여부, 비상훈련 실시 여부 등을 점검한다.

인천=박희제 min07@donga.com / 박민우

세종=박재명 기자
#세월호 침몰#청해진해운#고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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