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안전점검 한다며 ‘증축’은 제외… 선장정년제-항해기록장치 ‘없던 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30일 03시 00분


[세월호 참사/겉도는 현장]
해수부는 사후대책 잇단 헛발질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이 돼가지만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아직도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사후대책을 졸속으로 쏟아내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해수부는 사고 직후 청해진해운의 다른 노선 운항 재개를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개조 선박의 대수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연안여객선 안전점검에 나섰다. 여기에 내놓는 안전 대책마다 ‘졸속’ 논란에 시달리면서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해수부가 아닌 범정부 차원에서 해운 안전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집중점검 대상도 모르고 긴급점검

해수부의 세월호 사고 이후 ‘헛발질’은 18일부터 시작됐다. 이날 오전 8시 청해진해운은 인천∼백령도 노선을 운항하는 데모크라시5호에 승객 296명을 태우고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했다. 300명이 넘는 사망·실종자를 낳은 세월호 사고 이틀 만이었다. 당시 해수부 당국자들은 논란이 불거지자 “청해진해운 소속 선박의 운항이 재개된 사실을 몰랐다”며 운항을 정지시켰다.

해수부는 22일부터 해양경찰청 등과 공동으로 연안여객선 173척의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모든 선박의 구명장비 정상 작동 여부와 화물 고정 여부 등을 점검하는 차원이었지만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꼽히는 ‘증축 안전성’은 점검하지 않았다.

세월호는 2012년 일본에서 국내로 도입되며 6586t에서 6825t으로 증축됐고, 이 과정에서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해수부 측은 당초 “증축이 이뤄진 여객선 대수는 해경이 알고 있으며 우리는 모른다”고 밝혔다. 점검 종료를 이틀 남겨둔 28일에야 “여객선 173척 중 19척에서 증축이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 여객선 구조변경 금지 등 사후 조치는 ‘졸속’

해수부는 사고 이후 5건 이상의 사후 대책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들 대책 역시 “관련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거나 “업계와 협의해야 한다”는 등의 단서 조항을 달고 있다는 점. 정부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것을 방어할 ‘미봉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해수부는 25일 “앞으로 여객선 정원을 늘리기 위한 일체의 구조변경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선박안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전제로 한 대책이다. 모든 연안여객선에 자동차 블랙박스에 해당하는 항해기록장치(VDR)를 설치하겠다는 대책도 내놨지만 영세한 연안여객업체가 3000만∼6000만 원에 이르는 VDR를 설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자 사실상 철회했다. 사고를 낸 세월호 이준석 선장(69)이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해 선장 정년제도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연안 여객업체의 반발이 이어지자 적성 검사 강화로 방향을 바꿨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세월호 참사#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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