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트라우마’ 전문가들 조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30일 03시 00분


“이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은게 비정상… 우울-무기력증, PTSS로 모는건 위험”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겪는 정신적 충격이 상당하다. 희생자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도 심리상담센터에 전화로 문의하거나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보건복지콜센터(129)에 들어온 정신건강정책 관련 상담은 세월호 참사(16일)부터 28일까지 13일간 하루 평균 228.2건. 이는 참사 전 13일간(3∼15일)의 평균 상담 건수인 204.8건과 비교하면 하루 평균 11.4% 늘어난 수치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도 “이번 일을 계기로 외래 환자가 20% 가까이 늘었다”며 “재진 환자의 70∼80%는 기존의 우울증상이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슬프고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심리적으로 우울하거나 가라앉은 사람을 모두 잠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S) 환자로 몰아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PTSS에 속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사건이 끊임없이 떠오르거나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등의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될 때를 일컫는 말. 전문가들은 ‘사고 후 2주가 지난 현 시점에서 PTSD를 속단하긴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사고로 인한 일시적 무기력과 우울감 등을 PTSS로 구분하는 것도 무리라고 지적한다.

채규만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아 하는 게 오히려 비정상”이라며 “이는 정상적인 애도 반응이자 공감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대부분 PTSS라기보다 일시적으로 적응 장애나 가벼운 우울증, 또는 애도 반응 증상으로 보는 게 맞다”며 “당사자와 직접 관련된 사람이 아니면 대개 PTSS 수준까지 심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안석균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매우 중요하지만 정상적인 우울 증상을 겪는 사람들까지 ‘PTSS 고위험군’으로 몰아가거나 잠재적 환자로 낙인찍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적 우울감이 분노의 감정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채 교수는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는 후진국’ ‘쓰레기 같은 나라에 사네’ 하는 식의 분노를 표출하다 보면 심리적 안정을 취하기 힘들다”며 “애정을 갖고 소통하려고 노력할 때 치료 효과는 더 크다”고 조언했다.

최지연 lima@donga.com·이샘물 기자
#세월호 트라우마#우울증#PT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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