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조합 명의 수상한 땅 2121만㎡… 유병언 차명보유?

[세월호 참사/유병언 일가 수사]
檢, 측근들 관여 영농조합 정조준

전남 무안군 삼향읍에 있는 농업회사 법인 호일의 농장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철제문으로 막혀 있다. 114만 7735㎡ 넓이의 이 땅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차명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무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지난달 29일 전남 완도군 보길면 부황리 277 인근 공터. 드문드문 양파와 마늘이 자라고 있었지만 대부분 버려진 땅인 듯 잡초만 무성했다. 이 일대 밭과 임야 50만 m²는 ‘하나둘셋영농조합법인’ 소유다. 하나둘셋조합은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수련시설로 알려진 경기 안성시 보개면 ‘금수원’ 내에 주소지를 두고 있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측의 관계 법인으로 꼽힌다. 밭을 위탁 관리하는 A 씨(69)는 “과거 구원파 신도가 집단생활을 했던 곳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영농조합 경영진에 최측근들 포진

보길도 옆 노화도 이포리 121 인근 토지 1만7000m²의 소유주인 ‘삼해어촌영어조합법인’도 유 전 회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법인 대표 조모 씨(60)는 주소지가 금수원이며, 구원파 관련 법인으로 지목된 ‘옥청영농조합법인’의 대표도 겸하고 있다. 삼해조합의 이사는 유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석환 에그앤씨드 대표 겸 클리앙 전 이사(64)가 맡고 있다.

이처럼 유 전 회장과 관련해 대규모 토지를 보유한 영농조합이 속속 드러나면서 ‘유 전 회장 일가가 영농조합 명의로 전국 각지에 땅을 대거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차명 보유 의혹을 받고 있는 토지는 경북 전남 제주 일대의 밭과 임야 2121만2792m²(약 641만 평)이다. 토지를 보유한 청초밭, 보현산, 옥청, 몽중산다원, 하나둘셋영농조합법인과 삼해어촌영어조합법인, 호일(농업회사법인) 등의 경영진에는 세모그룹 계열사 및 관계사의 임원들이 포진하고 있다.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72)는 호일에서 2012년까지 감사를 맡았고, 국제영상의 사외이사 김모 씨(49)는 몽중산다원의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 농어업 법인 이름만 빌린 의혹

검찰은 이들 영농조합이 땅을 매입한 과정과 자금 출처를 눈여겨보고 있다. 노화도 이포리 땅은 과거 세모그룹 조선소 부지였지만 회사가 부도난 뒤 세모 직원이던 윤모 씨(70)에게 넘어갔다가 2007년 삼해어촌영어조합이 다시 매입했다. 서울 서초구 염곡동의 이른바 ‘유병언 타운’ 인근 농지도 그룹 부도 직후 박모 씨(61)에게 넘어갔다가 1998년 유 전 회장의 동생(61)을 거쳐 지난해 3월 하나둘셋조합이 사들였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세모그룹 부도 직후 부동산을 매각한 뒤 다시 영농조합 명의로 사들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세금을 탈루하기 위해 농어업 법인의 이름만 빌린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농어업 법인이 창업 2년 내에 취득한 부동산은 취득세와 등록세를 면제받기 때문이다. 30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에 따르면 옥청영농조합이 소유한 경북 의성군 옥산면 비안면 일대 농지 18만 m²의 지난해 매출은 4300만 원, 인건비는 300만 원에 불과했다. 농사를 거의 짓지 않았다는 얘기다. 2년 이상 해당 부동산을 농어업에 사용하지 않으면 감면 세액을 다시 내야 한다.

유 전 회장이 처음에 농지에 관심을 보인 이유는 초기 구원파의 유기농 사업 때문이라는 증언도 나온다. 옛 구원파 신도 장모 씨(70)는 “구원파가 세를 넓히자 유 전 회장이 1970년대 후반 ‘신도들이 먹을 안전하고 깨끗한 식품을 직접 생산하자’고 결정해 유기농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은 이때부터 농지를 사들이며 유기농 사업을 확장했고, 1994년경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평야를 매입할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재 상당수의 영농조합법인은 실제 경작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완도=박준회 채널A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