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수색구조 훈련 1년에 3번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일 03시 00분


[세월호 참사/무능-무책임 릴레이]
그나마 형식적… 매뉴얼 무용지물
퇴직간부들 자리는 꼬박꼬박 챙겨… 세모그룹 출신 해경국장 대기발령

세월호 실종자 수색을 지휘하고 있는 해양경찰청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를 접수한 뒤 신속하게 출동하지 못한 데다 선체 진입을 포함한 적극적인 구조 활동을 외면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게다가 검찰은 세월호 객실 증축의 안전성을 승인한 한국선급과 화물 과적 등 입출항을 관리했던 한국해운조합을 수사하면서 이들 단체와 해경과의 유착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다.

해경 조직 전체가 이런 상황에 몰린 것은 그동안 수색구조 훈련을 소홀히 하는 등 기본임무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해경 산하 전국 17개 해양경찰서를 나눠 관할하는 3개 지방해양경찰청(동해, 서해, 남해)은 각각 매년 1차례씩 합동전술훈련을 할 뿐이다. 일선 해양경찰서도 1년에 2차례씩 자체적으로 종합훈련을 하고 있지만, 경비함과 헬기의 출동 실태를 점검하는 형식적인 훈련이었고 수색구조에 관한 매뉴얼에 따른 다양한 훈련을 하지 않았다.

해경이 지난해 만든 ‘해상 수색구조 매뉴얼’에 따르면 운항 중인 선박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에 도착해 탑승 및 생존자를 확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해경에서 유일하게 세월호 구조에 참여한 123정의 경우 배에 도착한 뒤 선장 등 승무원으로부터 배의 상황을 듣고 임무를 나눠 선실에 남아 있는 승객과 밖으로 나온 승객을 대상으로 동시에 구조 작전을 폈어야 하는데 그저 밖으로 나온 승객들만 구하는 데 급급했다. 평소 매뉴얼이 몸에 밸 만큼 철저한 훈련이 돼 있지 않았던 탓이다.

해경이 해상 수색구조기관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경비함을 신속하게 출동시켜 생존 장병을 전원 구조하면서부터다. 이듬해에는 불법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한 특공대원이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해경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해경 조직의 규모와 외형이 급속히 불어났다. 2010년 예산이 9000억 원대였으나 이듬해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선 뒤 올해 1조1134억 원으로 늘어났다. 또 중국 어선 단속과 해상사고 대응에 필요하다며 경비함과 항공기 확충에 주력해 현재 각각 303척, 23대(헬기 포함)를 보유하고 있다. 2012년에는 선박 운항을 통제하는 해상관제와 사고 대응이 국토해양부와 해경으로 분리돼 있어 일원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 진도와 여수 해양교통관제센터(VTS) 운영권을 넘겨받았다.

이처럼 덩치가 커지고 권한이 세졌지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의식은 부족했다. 2008∼2012년 경찰청 치안정감급 간부 출신인 해양경찰청장(치안총감)들은 각종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기도 했다.

또 해경은 퇴직을 앞둔 고위 간부들이 옮겨 갈 자리 만들기에 나서 2011년부터 경무관급 이상 간부들은 퇴직과 동시에 해운회사와 한국선급, 한국해운조합 등의 임원으로 재취업했다. 지난해에는 전국 해운산업 관련 기관 등을 모아 한국해양구조협회를 만든 뒤 경무관 출신 간부를 사무국장에 앉혔다. 전남 여수에 있는 해양경찰교육원 내 터에 145억여 원을 들여 9홀 규모의 골프장을 만들기도 했다. 한 해경 퇴직 간부는 “세월호 사고 당시 현장에 투입된 123정 경찰관들의 무력한 구조 행태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편 청해진해운의 전신인 세모그룹 조선사업부에 근무했던 경력이 드러난 이용욱 해경 정보수사국장은 1일 대기발령 조치됐다.

목포=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세월호 참사#해양경찰청#수색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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