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인 2004년 4월의 일이다. 행정자치부(현 안전행정부) 간부가 간부 연찬회에서 관료 사회의 비효율성을 적나라하게 비판해 화제가 됐다. 당시 그는 정부 재난대처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혁을 제안했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개선되지 않으면 언젠가 큰일 날 것이라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
당시 교환근무로 행자부 지방재정경제국장이었던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냈다.
배국환 전 차관(58·사진)은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를 보며 어쩌면 이토록 10년 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혀를 찼다. 그는 10년 전 “위기관리는 인본주의에서 시작돼야 한다. 내 가족이 위험에 처해 있다면 어떻게 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일부 선원을 제외하면 선장과 선원 누구도 승객들을 구하려는 이타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어요. 생명을 존중하는 인본주의가 무너진 것이죠.”
구조 당국의 무능도 10년 전 그가 지적한 그대로였다. 그는 10년 전 “위기관리는 타이밍과 유연성이 중요하다. 위기는 매우 급박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몸에 배어 있지 않으면 신속히 대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당시 그는 화재 상황을 예로 들었다. “소방차 진입이 어렵다고 시간을 지체하고 있는 동안 (불이 난) 아파트에서는 사람이 떨어져 죽고 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진입이 어려워도) 에어매트를 우선 가져다 놓는 게 순서다.”
“세월호 참사는 ‘소방차 진입이 어렵다고 손놓아 버린 것’과 똑같아요. 해경이 침몰하는 배에 올라탔을 때 배 유리창 안에서 소리치는 승객들이 있었어요. 유리창을 깨거나 배 안으로 진입하는 유연한 위기 대처 능력이 없었던 겁니다. 왜냐고요? 위기에 대처하는 제대로 된 매뉴얼도, 위기관리 능력을 제대로 갖춘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죠.”
10년 전 그는 “위기 관리자들은 대단히 우수하고 용기 있는 사람들을 선발해야 한다. 재해·재난의 예방과 대책은 현장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 위기 상황에 대한 현장 대처 매뉴얼이 일반화돼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대응하는 관료들은 (문서나 뒤적거리는) ‘범생이’, 위기 현장 대응 능력이 매우 취약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예방-초동대응-수습 단계로 이어지는 위기관리가 몸에 밴 현장 전문가들이 없었어요.”
10년 전 그는 “우리 주위에 위험이 널려 있다.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것들을 끊임없이 찾아내 대비해야 한다. 지극히 당연하고 관례적인 일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때까지 수많은 잘못된 관행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관행을 고칠 ‘예방의’ 눈이 없었던 겁니다.”
그는 “위기 대응에 숙련되려면 조직에서 인사이동을 최소화해 해당 업무가 몸에 익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설사 위기 대응 매뉴얼이 있더라도 그 매뉴얼을 현장에 적용하고 체득하려 한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배 전 차관은 “공직자들이 시키는 일만 하면서 창의성이 사라지고 무책임해졌다. 공직자들에게 분명한 권한을 주고 그에 대해 엄격히 책임을 묻도록 공직사회를 끊임없이 개혁하고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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