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장례 비싸게 치른다고 아들이 돌아오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일 03시 00분


“나랏돈 함부로 쓰고 싶지 않아”… 빈소 안차리고 수의 가장 싼걸로

슬픈 5월 童心 2일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 앞에 희생자를 기리는 검은 리본이 길게 매달려 있다. 안산=사진공동취재단
슬픈 5월 童心 2일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 앞에 희생자를 기리는 검은 리본이 길게 매달려 있다. 안산=사진공동취재단
슬픔에 잠긴 어머니는 아들에게 가장 값싼 수의를 입혔다. ‘장례비용도 세금’이라며 빈소는 차리지도 않았다. 어머니는 지난달 23일 세월호 침몰 사고로 실종됐던 안산 단원고 2학년 박모 군(17)을 찾았다. 금쪽같은 아들은 바다 깊이 가라앉은 세월호 안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박 군의 부모는 절망에 빠진 순간에도 ‘나랏돈을 함부로 쓸 수 없다’는 소신을 지켰다. 빈소를 차리지 않은 것이다. 장례비용이 모두 세금에서 나간다는 것을 알고 박 군의 가족은 직계가족만 모여 화장을 했다. 기자에게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박 군의 어머니는 “국가 세금이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쓰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다 간소하게…”라고 말하며 “장례를 성대하게 치른다고 아들이 돌아오는 게 아니잖아요”라고 울먹였다.

부모 속 한 번 썩인 적 없는 아들. 어머니는 “속 한 번 안 썩이고 잘 커줬다”고 했다. 교육계에 종사하는 박 군의 부모는 맞벌이를 해 경제적으로 그리 어려운 편이 아니지만 ‘한 번 입고 가는 옷’이라며 아들에게 20만 원대의 수의를 입혔다. 박 군의 어머니는 “우리 아이가 그거 하루 잠깐 걸치는 게 400만 원짜리인 게 너무 현실적으로 이해가 안 돼서…”라고 말했다. 나라는 소중한 아들을 지켜주지 못했지만 박 군의 부모는 차마 나랏돈을 함부로 쓸 수 없었다.

앞서 친구를 구하려다 희생된 단원고 정차웅 군 부모도 세금으로 장례를 치르는 점을 감안해 가장 저렴한 장례용품을 이용했다.

안산=채널A 서환한 bright86@donga.com
김성모 기자
#세월호#단원고#장례#정차웅#잘례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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