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매뉴얼 준수 고지식한 日? 人災 최소화 최상의 방책!

[세월호 참사 ‘안전 대한민국’ 이렇게 만들자]

일본을 흔히 ‘매뉴얼 사회’라고 한다. 매뉴얼대로 움직이지만 한편으로는 매뉴얼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되는 사회라는 뜻이다. 여기엔 긍정적 부정적 평가가 공존한다.

과거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했지만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부정적인 평가가 두드러졌다. 당시 일본은 매뉴얼의 함정에 빠졌다. 바닷물을 끌어다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방법이 매뉴얼에 없었다는 이유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를 줄일 기회를 놓쳤다. 세계 각국에서 구호물자를 지원받았지만 이를 어떻게 처리한다는 매뉴얼이 없어서 피해 지역에 신속히 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엔, 특히 안전에 관련된 문제에서는 일본 사회의 고지식한 매뉴얼 준수 문화가 인재(人災)를 최소화한다는 평가가 다시 나오고 있다.

세월호를 ‘나미노우에’라는 이름으로 18년간 운항했던 일본 해운업체 마루에페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두 달에 한 번은 선상에서 반드시 안전 및 재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며 “안전 매뉴얼에 그렇게 나와 있기 때문”이라고 당연한 듯이 말했다. 이 회사 ‘안전관리규정 및 부속기준’ 총칙 1조는 “책임체제 및 업무실시 기준을 명확히 해 전사가 하나가 돼 운송안전을 확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안전을 중요시하는 매뉴얼 문화는 일본 사회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시내버스만 해도 한국과는 딴판이다. 제복을 입은 기사는 출발 전 반드시 전후좌우 후시경을 손가락으로 하나씩 가리키며 확인한다. 눈으로만 살피면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버스는 승객이 자리에 앉거나 손잡이를 잡은 것을 확인한 뒤에야 출발한다. 버스가 완전히 서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서는 승객도 없다.

공사 현장에서 5명의 인부가 있으면 한 명만 작업을 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나머지 4명은 안전관리 및 보행자 안내 요원이라는 것. 비용이 들지만 인간과 안전을 우선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다. 매뉴얼을 신봉하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안전을 위한 매뉴얼의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