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숨질것 뻔히 알았으면 살인죄 해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6일 03시 00분


[세월호 참사/선원 15명 기소]
“정황만으론 살인 고의성 입증하기 어려워”
‘살인죄 인정’ 법정 쟁점될 듯

검경합동수사본부가 세월호 선장과 1·2등 항해사, 기관장 등 4명에게 ‘사망 승객 전원’에 대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최고 사형)를 적용한 것은 자신들이 살기 위해 승객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합수부는 이들이 △복원성이 없어서 세월호가 곧 침몰할 사실을 알고도 선내 대기를 지시한 점 △해경 경비정 1척만 도착해 구조인원이 한정된 사정을 알고도 신분을 속여 빠져나온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법조계에서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법정에서 유죄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여러 변수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은 ‘고의성’ 입증 문제다. 살인죄는 유기치사(3년 이상 유기징역)와 같은 과실범이 아니라 ‘죽이겠다(확정적 고의)’ 내지 ‘죽어도 어쩔 수 없다(미필적 고의)’는 의사가 확인돼야 한다. 내심의 의사를 객관적 정황으로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한 형사부 판사는 “농약을 먹여도 고의 입증이 어려워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라고 주장하는 마당에 재판부가 정황만으로 합리적 의심 없이 살인의 ‘고의’를 수긍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구조하지 않으면 승객들이 모두 죽을 걸 뻔히 알면서도 도망친 것만으로도 ‘승객들이 죽어도 나는 모르겠다’는 미필적 고의가 명백하다”고 밝혔다.

사망자 전원을 살인 피해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테러범이 폭탄을 던질 때처럼 희생자를 일일이 특정할 필요는 없지만 피고인들로서는 “구조 선박이 왔는데 한 명도 못 구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검찰은 “선내에 계속 대기하라는 방송 때문에 승객 대부분이 남아 있다가 사망으로 이어졌다”며 “이는 구조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 행위”라고 밝히고 있다.

결국 살인죄 인정 여부는 재판 과정에서 검찰 측이 얼마나 이들 선원의 행위 하나하나를 들어 구체적으로 뒷받침해 내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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