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유 전 회장이 교회 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신도들의 헌금 등으로 형성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재산 일부가 유 전 회장의 장남에게 넘어가는 등 국내에서 신도들의 헌금 취지와는 맞지 않게 유용된 흔적을 발견해 사용처를 수사해 왔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교회 자금을 투자 명목으로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로 빼돌렸다는 첩보를 입수했으며, 금융당국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측 계열사, 신용협동조합 및 교회와의 자금거래 관계를 분석해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신도들이 내놓은 순수한 돈(헌금)이 어디로 갔고, 계열사의 신도들에게 월급을 적게 주고 빼돌린 돈으로 무엇을 했는지 알면 결코 ‘인간방패’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잠적한 유 전 회장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서 유 전 회장 체포에 대비해 신도 2500여 명이 밤낮으로 지키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뿐 아니라 그들 또한 유 전 회장 일가 비리의 최대 피해자라는 얘기다.
한편 검찰은 핵심 피의자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 전 회장과 A급 지명수배 중인 장남 대균 씨(44)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유 전 회장의 소유로 추정되는 전국 곳곳의 영농조합 등을 수색하고 금수원 주변의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검찰은 18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공권력을 우롱하고 법에 도전하는 거악의 부패기업인 유 전 회장과 그 아들에 대해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끝까지 검거해 법정 최고형으로 심판받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구원파 측은 금수원 일부 시설을 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구원파 측은 46만 m² 규모의 금수원 용지 중 유 전 회장이 사진을 촬영한 지역과 유기농 농장 및 양어장을 1시간에 걸쳐 안내했다. 하지만 예배당으로 활용되는 체육관과 문화관 등 핵심 종교시설은 공개하지 않았고 취재진이 정해진 길 외에는 다니지 못하게 했다.
또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재옥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49)은 “유 전 회장이 지금 (금수원에) 계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가 곧바로 “유 전 회장을 (금수원 내에서) 봤다는 사람도 있고 뜬소문이라는 반박도 있어서 확언해 주기는 어렵다”며 말을 바꿨다.
주말에도 신도들은 정문 앞 농성을 계속하며 “검찰이 시설 내로 진입할 경우 결사 항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8일 금수원 대표 격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구회동 기독교복음침례회 의료인회장(50)은 “신도 상당수가 실제 직위와 무관하게 유 전 회장을 정신적 멘토로서 강하게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공권력이 진입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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