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이 경기 안성시 한 아파트 단지에 150여 채의 집을 사 놓고 대리인을 내세워 임대 사업을 벌인 정황이 23일 포착됐다. 검찰은 총 100억 원대에 이르는 이 아파트들의 실제 소유주가 유 전 회장인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환수 절차에 들어갈 방침이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최근 유 전 회장 측 인사 3, 4명이 H아파트 150여 채를 소유하면서 매매 및 전·월세 임대료 등을 관리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 이 아파트 단지의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 18개 동 1700여 채 중 150여 채가 이모 씨와 소모 씨 등 유 전 회장과 관련된 이들의 소유로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유 전 회장과 함께 잠적한 것으로 보이는 이석환 에그앤씨드 대표(64)가 아파트 매입을 주도하고 임대수익 관리에도 관여했다는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 유 전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 대표는 과거 유 전 회장과 함께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매입할 땅을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회장 측은 ‘교회 재산’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검찰은 여러 정황으로 미뤄 아파트 150여 채 대부분이 유 전 회장의 차명재산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임대 수익 역시 유 전 회장 일가로 흘러들어가 개인 용도로 쓰였을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2001년 완공된 이 아파트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총본산이자 유 전 회장의 은신처였던 금수원에서 3km 남짓 떨어져 있다. 국세청은 이날 계열사 천해지와 아해 소유의 부동산과 건물, 주식, 골프회원권 등 유 전 회장 일가의 재산 50여 건, 1000억 원대 재산을 추가로 압류했다.
한편 검찰은 전날 유 전 회장 부자에 대해 총 8000만 원의 현상수배가 내려진 이후 제보가 잇따르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 또 미국 영주권자인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 씨(42)와 프랑스 임시거주 비자 소지자인 장녀 섬나 씨(48)는 체류자격 취소 대상이 아니어서 미국과 프랑스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미국으로 도주한 유 전 회장의 최측근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52)와 김필배 전 문진미디어 대표(76)에 대해서는 미국 당국이 체류자격을 취소해 두 사람은 불법 체류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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