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다 잡혀가도 兪 前회장 못 내놔”… 구원파, 檢에 맞서 정면대결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7일 03시 00분


[유병언 추적]
“진짜 원인 밝히는 사람에 5억”… 檢 현상금 맞서 逆현상금 내걸어
“‘우리가 남이가’ 현수막 철거 요청”… 檢관계자와의 통화 녹취록도 공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일부 신도들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의 행방을 추적하는 검찰을 향해 “유 전 회장을 끝까지 보호하겠다”며 강한 저항 의사를 밝혔다. 검찰이 유 전 회장과 장남 대균 씨(44)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신도 6명을 체포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자 검찰과 다시 정면대결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 구원파 “우리도 현상금 5억 원 걸겠다”

이태종 구원파 평신도복음선교회 대변인은 26일 오후 2시 반경 경기 안성시 금수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만 신도들이 유 전 회장을 하루씩 숨겨줘 모두 (검경에) 잡혀가는 한이 있더라도 최후까지 그를 내놓지 않고 보호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평신도회는 유 전 회장을 비호하는 구원파 내 강경 신도들의 모임이다.

이 대변인은 “1991년 오대양 사건 당시 유 전 회장이 검찰에 출두했다가 본질과 무관한 혐의(상습사기)로 4년간 옥살이를 했다”며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유 전 회장을 최후까지 지키겠다”고 말했다. 구원파 내 극렬 신도들이 ‘세월호 사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잠잠해질 때까지 유 전 회장을 도피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평신도회는 이날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진짜 원인을 밝히는 사람에게 주겠다”며 ‘현상금’ 5억 원도 내걸었다. 이는 25일 검경이 유 전 회장 검거 현상금을 5억 원으로 인상하며 ‘내부 제보’를 유도하자 일부 신도의 배신을 방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녹취록 공개로 ‘검찰 망신주기’

기자회견에서 평신도회는 검찰 수사에 항의하는 의미로 녹음파일 4개를 공개했다. 평신도회 측은 “금수원에서 압수된 현금 5000만 원과 ‘우리가 남이가’라는 현수막을 내린 것과 관련해 검찰의 해명이 (사실과) 달라 우리가 거짓말쟁이가 될 위기에 처해 녹음파일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우리가 남이가’ 등의 현수막을 검찰이 내려달라고 구원파 측에 요청한 적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검찰 관계자와의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

공개된 녹음 파일에는 현금 5000만 원과 관련해 “현금을 이렇게 놔두고 막 쓰실 정도가 되면 굉장히 부도덕한 것 중 하나인데 그쪽(구원파)에서 뭔가 성의를 보여야…(우리가 언론에 공개하지 않겠다)”라며 협상을 유도하는 듯한 검찰 관계자의 발언 등이 담겨 있었다. 대화는 편집된 채 공개됐고, 검찰 관계자의 목소리는 변조한 상태였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수사팀에선 현수막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며 “(검찰 관계자가 했다는) 발언의 내용이 구원파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방법을 조언하고 법질서 준수를 권고하는 수준으로 문제될 것 없다고 판단되지만 (그 내용을 공개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 “저항 신도 많다” vs “일부에 불과”

평신도회 신도 400여 명은 이날 오전부터 대형 버스 등을 나눠 타고 금수원에 집결해 정문에 “김기춘 갈 데까지 가보자”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는 현수막을 붙이고 농성을 다시 시작했다. 신도들의 농성은 금수원 압수수색 이후 5일 만이다.

금수원 압수수색을 전후해 구원파 내에서는 ‘유 전 회장이 당당하게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온건파와 ‘끝까지 저항해야 한다’는 강경파(평신도회)가 의견을 달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을 감싸며 검찰 수사에 저항하는 신도의 비율을 놓고 평신도회와 검찰의 해석이 달랐다. 이 대변인은 “신도 개개인이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지만 평신도회와 뜻을 함께하는 신도가 아주 많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구원파 내 복수의 협력자들의 말을 빌려 “신도 90%는 유 전 회장 일가의 범행에 환멸을 느끼고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극소수가 유 전 회장을 비호하며 수사에 저항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안성=조건희 becom@donga.com·김재형
인천=장관석 기자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세월호#유병언#구원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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