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신했던 별장 뒷산 이잡듯 수색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8일 03시 00분


[유병언 추적]
“兪 황급히 달아나 멀리 못갔을것”… 檢, 차량 20대 동원해 길목 차단
별장뒤 폐터널 통해 도주했을수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에 나선 검찰과 경찰은 27일 유 전 회장이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의 별장인 ‘숲속의 추억’ 인근 야산이나 민가에 숨어 있을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다. 이 별장은 몽중산다원영농조합 소유로 인근 S염소탕 식당 주인인 구원파 신도 변모 씨 부부가 관리해왔다. 이달 초부터 24, 25일경까지 유 전 회장이 은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검경은 25일 오후 9시경 이 별장을 급습했을 때 30대 여신도인 신모 씨가 한국말을 할 줄 모르는 것처럼 영어를 쓰면서 실랑이를 벌이며 30분가량 시간을 끄는 틈을 타 유 전 회장이 달아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검경은 당시 유 전 회장이 여행용 가방을 챙기지 못할 정도로 황급히 달아난 점으로 미뤄 이 일대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감식 결과 유 전 회장이 머물던 방에선 유 전 회장과 측근 2명의 지문도 발견됐다.

별장 뒤편으론 산길이 여러 개 나 있으며 지리산 자락으로 이어져 산세가 험한 곳이다. 검경은 일단 유 전 회장이 산 쪽으로 도주했을 것으로 보고 송치재휴게소 쪽이나 인근 국도 17호선 등 외부로 빠져나가는 길목을 차량 20대를 동원해 차단한 뒤 산속과 민가를 중심으로 토끼몰이식 수색을 하고 있다.

‘숲속의 추억’은 폐업한 식당을 별장으로 바꾼 것이며 깊은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어 찾기 어려운 곳이다.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붙잡힌 변 씨 부부가 운영하는 송치재휴게소 옆 S염소탕 식당에서 300m 정도 떨어져 있다. 검경은 이 별장에서 1km 정도 떨어진 구원파 순천교회의 연수원도 곧 압수수색할 예정이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이 이 지역을 벗어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별장 옆으로 난 숲길을 따라 2분 정도 걸어가면 1.1km 길이의 커다란 ‘폐터널’이 나타난다. 과거에 열차가 다니던 곳으로 벽돌로 막아 놓았던 입구가 뻥 뚫려있었다. 북쪽 방향으로 나 있는 터널을 통과하자 반대편 입구에도 성인 한 명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있었고, 숲을 지나 5분도 걸리지 않아 순천시 월등면의 다른 마을이 나타났다. 검경 추적팀이 25일 별장을 들이닥쳤을 때 유 전 회장이 폐터널을 통해 도주했다면 이미 순천 지역을 벗어났을 수도 있다.

따라서 검경은 전국의 다른 연고지도 동시다발로 수색하고 있다. 추적팀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이 송치재휴게소 인근 산을 벗어나 순천시내 등에 은신해 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여수 등에서 밀항을 시도할 가능성에 대비해 해경이 400여 명의 전담반을 조직해 밀항 루트를 그물망 식으로 조사하고 있다.

한편 유 전 회장의 직전 은신처가 알려지자 일부 시민이 유 전 회장을 붙잡아 현상금 5억 원을 타겠다며 송치재휴게소 인근에 몰려들기도 했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정승호 기자 shjund@donga.com
#세월호 참사#구원파#유병언 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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