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통신망 사업, LTE급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8일 03시 00분


12년째 표류… 세월호 겪고서야 가닥

12년째 표류해 온 ‘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의 기술 방식이 4세대 통신 기술 ‘롱텀에벌루션(LTE)’으로 가닥이 잡혔다. 2003년 사업 추진 이후 세 번의 사업 타당성 조사와 부처 간 논란으로 허송세월하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서야 급물살을 타는 것이다.

정부는 “차세대 기술 방식으로 재난망 구축 사업을 추진해 2017년까지 완료하겠다”고 27일 발표했다.

재난망은 일사불란한 재난 대응을 위해 관련 8개 기관의 통신망을 하나로 통합한 시스템. 차세대 기술 방식으로는 이미 전국 통신망이 구축된 LTE 기술이 확실시된다.

재난망 사업이 특정 기술 방식의 경제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계속 헛바퀴를 돌다 대형 참사 발생 후에야 진척이 되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업 추진 계기는 2003년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사고 상황이 신속히 전파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에 따라 시작됐다. 당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수행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테트라(TETRA) 기술을 활용하면 3035억 원으로 구축할 수 있다고 봤다. 테트라는 미국 모토로라가 장비를 국내 경찰청에 독점 제공해 온 기술 방식이다.

하지만 정작 사업 실행 계획을 짜보니 필요한 비용은 7826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2007년 감사원은 재검토를 지시했다. KDI는 두 번째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1조7584억 원의 비용이 들어 경제성 확보가 곤란하다’고 결론을 냈다. 사업비가 처음보다 6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 한 통신기술 전문가는 “처음 사업비 예측 시 테트라의 경제성을 지나치게 좋게 평가해 실제 소요 비용과 차이가 컸다”고 말했다.

그러다 2009년 당시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사업 추진이 재개됐다. 행안부는 테트라 방식과 국산 무선통신 기술인 와이브로(Wibro) 방식을 후보 기술로 정했다. 둘 중 더 적합한 기술을 택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업계에선 “행안부가 여전히 테트라를 밀어붙이려고 와이브로를 들러리로 세웠다”는 말이 돌았다. 주파수 관리 부처였던 방송통신위원회와 사전 협의가 되지 않아 사용 가능성이 불명확한 700Mhz(메가헤르츠) 주파수 할당을 가정해 와이브로 사업비를 책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KDI는 2013년 세 번째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도 “두 기술 다 경제성이 없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결과 발표는 계속 연기돼 왔고 안전행정부와 기획재정부의 갈등에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는 설이 돌았다. 그 사이 “재난망을 경제성만 보고 결정할 수 없다”는 의견과 “새로운 기술인 LTE로 해야 효율성과 기술성을 갖출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끝없는 논란 속에 빠졌다.

결국 지난달 재난망 부재 속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이달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하고 나서야 “테트라, 와이브로 모두 적정하지 않다”는 정부의 입장이 공식 발표됐다. 또 앞으로는 재난망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하면서 ‘경제성 논쟁’에서 벗어나게 됐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재난통신망 사업#세월호 참사#L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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