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리더로 금수원 집단시위-은신처 마련 등 군사작전하듯 일사불란 주도
구원파 조직적 비호 檢 추적 어려움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을 빼돌리고 있다.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다.”
검찰이 유 전 회장의 도피를 직접 돕고 있는 구원파 일부 신도뿐 아니라 사회 각계에 포진해 유 전 회장 측에 정보를 제공하거나 조언을 하는 비호세력이 있다고 보고 강력 대처하겠다는 뜻을 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유 전 회장 검거와 함께 비호세력 수사가 병행될 때에는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또 다른 핵심 실세 ‘김 엄마’ 등장”
검찰은 유 전 회장 도피를 기획했던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 이재옥 씨(49)가 구속된 이후 유 전 회장 도피를 일사불란하게 지휘하는 강경파 신도 리더 ‘김 엄마(58)’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엄마’라는 표현은 금수원 내에서 주부 또는 중년층 여신도를 일컫는 표현. 금수원에 있는 ‘김 엄마’는 지난달 25일 새벽 검경의 순천 은신처 급습 이후 전주로 달아난 양회정 씨(56·지명수배)로부터 이 사실을 보고받았으며, 양 씨보다 한 단계 윗선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이사장 체포 이후 ‘김 엄마’가 신도들을 금수원에 모아 집단시위를 계속하면서 도피 자금을 모으고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해 은신처 마련, 다수의 예비 은신처 준비, 시종과 경호 등 보좌 인력 지원 교체, 검경 동향 파악 대처 등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엄마를 비롯해 유 전 회장 도피를 돕는 인물들이 금수원 주변에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검찰과 구원파의 대치 전선도 다시 가열되고 있다. 검찰은 금수원 강제 진입을 다시 검토 중이다.
검찰은 또 조사 상황 등이 노출된 것으로 미뤄 사회 각계각층에 포진한 구원파 비호세력이 유 전 회장 도피를 돕고 있다고 보고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이 종교 지도자와 그룹 회장이라는 신분과 염치를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뿌리 없는 흉악범’처럼 허겁지겁 도망하게 된 것도 검찰의 수사 상황을 알게 됐기 때문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 檢, 유병언 전 회장 소재 원점서 수사
검경은 유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22일부터 순천으로 내려가 잠복해 구원파 전남 핵심 신도 추모 씨(60)의 동태를 살폈다. 20일 전후로 검경의 추적을 눈치 챈 듯 추 씨는 유 전 회장에게 접근하지 않았고, 도주 기미마저 보였다.
결국 검경은 24일 오후 11시 5분 추 씨를 체포했고 추 씨에게 차명 전화를 건넨 송치재휴게소 인근 ‘S염소탕식당’ 주인 변모 씨 부부를 25일 오전 1시 20분 체포했다. 유 전 회장의 운전기사 역할을 했던 양회정 씨는 순천 별장 인근 구원파 연수원에 머물고 있다가 이 소식을 듣고 혼자 EF쏘나타를 타고 전주로 도주했다. 금수원에서 순천으로 내려오던 추 씨 부인은 구례 인근에서 휴대전화를 끈 뒤 잠적했다.
양 씨는 국도를 따라 오전 5시 반 전주 인척(체포) 집에 도착했다. 양 씨는 인척 집에서 다른 신도들에게 “휴게소에 검찰이 들이닥쳤다. 유 전 회장을 도와주자”고 부탁했지만 이들은 “큰일에 말려들기 싫다”며 거절했다.
양 씨는 공중전화로 ‘김 엄마’에게 상황을 보고했으며 처가 쪽 인척과 함께 EF쏘나타를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D장례식장에 버렸다. 장례식장을 빠져나온 이들은 7분 뒤 수백 m 떨어진 인근 길거리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장례식장에선 절룩거리며 걷던 양 씨는 길거리에 이르자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 근처 아파트 단지로 사라졌다. 일부러 부자연스러운 걸음으로 관절염을 앓고 있는 유 전 회장처럼 행세한 것으로 보인다. 양 씨는 이후 미용실에서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한 뒤 인척 소유 회색 SM5 승용차로 금수원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추 씨 등 4명을 조사해 유 전 회장이 은신했던 별장 ‘숲속의 추억’의 존재를 확인한 뒤 25일 오후 11시경 급습했으나 비서 신모 씨(33·여)를 체포하는 데 그쳤다. 검찰은 별장 급습 이후 양 씨가 유 전 회장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고 보고 양 씨의 행방을 찾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양 씨가 수사망을 의식해 혼자 금수원으로 간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유 전 회장의 소재를 원점에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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