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고민을 들어주던 자상한 아빠였는데, 지금도 믿기지가 않아요. 당장이라도 돌아올 것만 같은데….” “아빠가 만들어준 탕수육, 깐풍기, 제육볶음이 그리워요.”
다 말라버린 것만 같았던 눈물이 자매의 눈에서 다시 흘렀다.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52일 만에 사랑하는 아버지 김문익 씨(61)의 시신을 찾은 두 딸 민희 씨(30)와 민경 씨(29)는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깊은 슬픔에 빠져 있었다.
사고 당시 세월호 식당에서 요리를 담당했던 승무원 김 씨의 시신은 6일 오전 8시경 세월호 3층 선미 좌측 선원 침실에서 발견됐다. 그의 다리에는 기름에 화상을 입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로써 세월호 참사의 290번째 희생자가 발견됐고 남은 실종자는 14명으로 줄었다(6일 오후 11시 현재).
두 자매는 아버지를 찾기까지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지난달 초 아버지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다른 사람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중순에는 세월호에서 탈출에 성공한 기관실 선원들이 검경합동수사본부 조사에서 “부상당한 김 씨 등을 목격하고도 그냥 빠져나왔다”는 진술 내용이 알려지면서 억장이 무너지기도 했다.
자매는 아버지의 사고 소식을 듣고 바로 진도로 내려오지 못했다. 사고 당시 세월호 일부 승무원이 먼저 탈출한 것을 두고 비난을 쏟아지면서 친척들이 “당분간 집에 있으라”고 말렸기 때문이다.
민희 씨는 “큰아버지 등은 (희생자 가족들이) 세월호 승무원들을 욕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상할 거라며 진도행을 만류했다. 사고 열흘 뒤에야 진도체육관에 왔다”고 말했다. 병원에 입원했던 어머니는 이틀 전 퇴원해 진도로 내려갈 준비를 하던 중 남편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민희 씨는 “어머니가 고생하지 않게 아버지가 도와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렵게 아버지의 시신을 찾은 자매는 다른 실종자 가족과 해경 등에 고마움을 전했다. 민경 씨는 “여자 둘이 체육관에 지내다 보니 많은 분이 신경을 써 주셨다. 이렇게 먼저 아버지를 모시고 가는 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며 미안해했다.
한편 세월호 선체 외벽 절단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유압 그라인더를 사용한 작업 속도가 느려 이날 오후 늦게 절단을 끝내고 떼어낸 부분을 바다 위로 건져낼 계획이다. 대책본부는 절단작업이 끝나면 실종자 수색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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