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나 교사 끝내 시신으로… 아래층에 다친 학생 있다는 전화받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9일 03시 00분


‘19명 최다생존’ 1반 담임… 4층 학생들 내보내고 3층 내려가
부모 “제자들 살아줘서 고마워”
남성시신도 1구 발견… 실종자 12명

유니나 씨 가족 제공
유니나 씨 가족 제공
세월호 참사 54일째인 8일 2명의 시신이 추가로 수습됐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10시 35분 세월호 3층 식당을 수색하던 중 단원고 2학년 1반 담임교사인 유니나 씨(28·여·사진)의 시신을 수습했으며 유전자(DNA) 검사를 거쳐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오후 11시 20분경 세월호 4층 선수 좌현 객실에서 신원미상의 남성 시신 1구를 추가로 발견해 인양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세월호 사망자는 292명으로, 실종자는 12명으로 바뀌었다.

유 씨는 세월호 사고로 학생 243명과 교사 9명이 희생된 경기 안산시 단원고의 2학년 1반 담임을 맡고 있었다. 사고 당시 1반 학생 37명 중 19명이 세월호에서 탈출해 10개 학급 중 가장 많은 수의 학생이 생존했다. 1반 학생들은 4층 다인실에 머물고 있었다.

이날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만난 유 씨의 부모는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다. 어머니 김모 씨(56)는 “니나가 학생들을 4층에 모아서 탈출시키려고 하던 중, 한 학생이 딸에게 전화를 해서 3층에 다친 학생이 있다고 했대요. 그대로 달려갔다고 들었는데, 결국 3층에서 발견됐네요”라고 말했다. 전화를 건 학생과 다친 학생은 구조됐다. “살아남은 학생들이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아이들에게 ‘사랑하는 딸이 아끼던 제자들이 살아줘서 고맙다’고 했어요.”

유 씨의 아버지 유모 씨(58)는 마지막에 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게 여전히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버지 유 씨는 “사고 마지막까지 애들 구하겠다고 뛰어다녔을 니나 모습이 선합니다. 교사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이었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문자나 전화라도 한번 해줬으면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 씨는 사고 당일 학생들을 구하느라 가족과 남자친구에게 마지막 문자 하나 남기지 못했다.

니나 씨는 부모에게 친구 같은 딸이었다. 고향인 경남 진주에 올 때면 꼭 영화를 함께 보거나 밤새 이야기를 했다. 유 씨는 학업에도 열심이었다. 유 씨의 어머니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 다닐 때 장학금도 많이 받았고, 그걸로 일본 유학을 갔다오는 등 모범생 딸이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유 씨는 4년 전 임용된 뒤 첫 발령지인 단원고에서 일본어를 가르쳤다. 유 씨는 안산에서 오빠 유건우 씨(30)와 자취를 하며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자주 표현했다고 한다. 유 씨의 장례식장은 안산 고려대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한편 가로 4.8m, 세로 1.5m 크기의 세월호 선체 외벽 절단 작업이 7일 오후 마무리돼 실종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세월호 4층 선미의 수색 작업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도=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세월호 참사#단원고 교사#세월호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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