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사고 40분 지나도록 “지켜보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일 03시 00분


국조특위, 당시 상황실 녹취록 공개

세월호 유가족들 국조특위 파행 항의 2
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회의가 파행을 빚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이 심재철 
위원장(새누리당·의자에 앉아 있는 이)과 새누리당 조원진 간사(왼쪽)를 찾아가 회의 속개를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세월호 유가족들 국조특위 파행 항의 2 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회의가 파행을 빚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이 심재철 위원장(새누리당·의자에 앉아 있는 이)과 새누리당 조원진 간사(왼쪽)를 찾아가 회의 속개를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세월호 참사(4월 16일) 당시 사고 40여 분이 지나도록 해경은 청와대에 “지켜보고 있다”고 보고했으며, 사고 현장에 투입돼야 할 헬기가 의전용으로 사용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사흘째인 2일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은 사고 당일 청와대와 해경 핫라인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해경은 사고 당일 오전 9시 42분 “구조작업을 하고 있느냐”는 청와대 측 질문에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답했다. 세월호는 “좌현 40도로 기울어진 상태”(해경 상황실 보고)였다. 또 당일 오전 9시 54분 해경 상황실은 인천해경에 “청장님이 타고 나가실 수 있으니 헬기 이륙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인천해경 측이 “구조 임무보다 청장님 입장 준비하라는 거냐”고 묻자 해경 측은 “예”라고 했다. 오전 11시 43분에는 제주해경에 전화를 걸어 “유류 수급하러 무안공항 간 김에 (해양수산부 장관) 태우고 오라. 장관 이동 문제는 얘기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낮 12시 50분에는 중앙119 구조본부가 해경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헬기 2대 현장 도착을 알리면서 “구조대원들을 곧장 투입할 수 있다”고 했지만 해경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구조 상황보다 대통령 보고 문제에 더 급급했다. 오후 2시 18분 해경과의 통화에서 청와대는 “VIP(대통령)께 5분 뒤 보고를 해야 하는데 인원 정리 한 번 해달라”고 요청했다. 오후 2시 24분 해경이 “(전원 구조된 게 아니다) 구조자를 166명으로 말씀드리라 한다”고 하자 “큰 일 났네. VIP까지 보고 다 끝났는데”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은 녹취록에서 청와대 측이 해경에 사고 관련 영상을 요구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청와대는 ‘다른 일은 그만두고 영상 중계 화면을 보내라. VIP가 제일 좋아하니까’라고 했다”고 주장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제일 좋아한다’는 말은 없었다”고 반발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김 의원의 특위 위원직 사퇴가 이뤄질 때까지 회의를 중단하겠다고 하면서 특위는 시작 2시간 반 만에 중단됐다. 회의를 참관하던 희생자 가족 일부가 여당의 보이콧 선언을 비난하자 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당신 뭡니까, 유가족분들 좀 계세요”라고 했다. 국조특위는 7시간 만인 오후 7시 반 재개됐지만 여야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이날 안전 업무를 전담하는 국민안전부를 신설하고 해경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자체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총리실 산하 국가안전처 설치와 해경 해체에 반대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국조특위#녹취록#김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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