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트라우마’에 투신한 진도 경찰관 시신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7일 03시 00분


“맨정신으로 버티기 힘들다더니” 유족 오열

6일 전남 진도군 산림조합 추모관.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지원업무를 하던 중 투신해 사망한 진도경찰서 정보계장 김태호 경위(51)의 빈소에는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명의의 조화가 놓여 있었다. 김 경위의 시신이 발견된 직후인 5일 오후 1시부터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세월호 침몰로 실종된 양승진 교사의 부인은 “사고 이후 가족같이 지내며 위로해준 분인데 마음이 아프다. 더이상 추가 희생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경위는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직후 유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그들의 입장을 해경과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5월 26일 오후 9시 26분 진도대교에서 투신했고, 이달 5일 오전 9시 58분 진도군 군내면 해상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김 경위는 세월호 참사 이후 72일 동안 차로 30분 거리인 전남 해남의 자택에 딱 세 번 갔다. 갈아입을 옷을 챙기기 위한 것이었다. 2남 2녀 중 장남인 그는 세월호 참사를 챙기느라 4월 조부모 산소를 이장하는 데 참석하지 못했다. 투신하기 약 1시간 전 지인과 휴대전화 통화를 하며 “어린 딸(8세)이 보고 싶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김 경위의 여동생(47)은 “세월호 참사 이후 오빠가 너무 바빠 통화도 못했다. 그런데 한번은 전화를 먼저 걸어와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는 게 너무 괴롭다. 맨 정신으로 버티기 힘들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오빠가 승진 심사에서 떨어진 적이 있지만 웃어넘기곤 했다. 일부에서 승진 탈락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너무 컸던 게 이유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세월호 업무를 맡았던 경찰관에 대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진단·치료는 희망자에 한해 이뤄지고 있다. 김 경위는 이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경위를 경감으로 1계급 특진을 추서하고 순직 처리하기로 했다. 영결식은 7일 진도경찰서에서 전남지방경찰청장(葬)으로 치러진다.

한편 장마철을 맞아 기상이 악화되면서 세월호 사고 해역 수색은 중단된 상태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제8호 태풍 ‘너구리’의 북상과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사고 지점에 정박했던 바지선 두 척과 소형·중형 함정들을 모두 목포 내항으로 피항시켰다고 밝혔다.

진도=이형주 peneye09@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세월호 트라우마#투신 경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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