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당일인 4월 16일 청와대는 오전 9시 19분경 방송 뉴스 속보 자막을 통해 사고 발생을 최초로 알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사고 발생을 알고도 40여 분이 지난 오전 10시경에야 대통령에게, 그것도 대면 보고가 아닌 서면으로 최초 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 “방송 자막 보고 사고를 알았다”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는 10일 청와대(비서실, 국가안보실), 국무총리실, 국가정보원에 대한 기관보고를 진행했다. 기관보고에서 청와대는 “9시 19분 방송 자막을 통해 상황 최초 인지 후 해양경찰청 상황실에 유선으로 사고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가 최고 권력기관이 뉴스를 보고 이 사태를 알았다는 게 창피하다”는 질타에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신문, 방송 등이 많이 발달되어 행정기관이 상황을 파악하는 것보다 빠르다”며 “해경에서 구조 작업과 동시에 보고를 했었어야 했는데, 선(先)조치를 하다 보니 보고를 늦게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최초 인지 후 40여 분 뒤에야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에 대해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자막에 나온 것을 그대로 반복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구조된 인원은 없는지 등을 추가로 파악했다”고 해명했다. 대면이 아닌 서면보고를 한 것을 두고 김 실장은 “서면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 아니다”
또 청와대가 재난 컨트롤타워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4월 16일 청와대가 컨트롤타워였습니까, 아닙니까?”(새누리당 이재영 의원)
“컨트롤타워라는 용어 때문에 혼란이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의하면 재난에 있어 최종 지휘본부는 안전행정부 장관이 본부장이 되는 중앙대책본부장이다.”(김 실장)
“그런데 왜 청와대가 컨트롤타워였을 것이라는 질문이 나오나.”(이 의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있어 청와대가 지휘하지 않느냐는 뜻에서 그런 말이 나왔겠지만 재난의 종류에 따라 지휘하고 통제하는 곳은 다르다.”(김 실장)
“청와대에서 지휘, 통제하려는 사실이 있나.”(이 의원)
“이번 상황에 대해서 청와대 상황실에서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확인해서 대통령께 보고하는 역할이었지, 구조나 이런 것을 지휘한 일은 없다.”(김 실장)
김 실장의 발언은 김장수 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이 4월에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과 비슷했다. 김장수 전 실장은 당시 그 발언으로 상당한 비판을 받았고, 다음 달 경질됐다. “계속 피해 가면 김장수 (전) 실장과 똑같이 보인다”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의 지적에 김 실장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는 중대본이 하도록 되어 있다”고 맞섰다.
김 실장은 중대본 등이 역할을 제대로 했느냐는 질문에는 “너무나 안타깝고, 제대로 일을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나 “물러날 의사가 없느냐”는 질문에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만두는 시간까지 성심껏 일할 뿐”이라고 답했다.
한편 비공개로 열린 국정원 기관보고에서는 세월호 사고 당일 오전 8시 30분부터 1시간여 동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리고 있었지만 사고 소식이 전파되지 않아 관련 대책을 논의하지 못한 사실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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