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0일]참사 이튿날부터 봉사 ‘빡빡이’ 김진무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2일 03시 00분


[세월호 100일, 기억하겠습니다]<중>팽목항, 지켜온 사람들
“진무야 밥 먹어” 살갑게 부르는 어머니들… 걱정 많았는데 가족 다 됐죠

태풍이 북상하던 9일 자원봉사자 김진무 씨(26·사진)는 진도 팽목항의 조립식 주택을 고정하고 구호물품에 방수포를 덮느라 분주했다. 저 멀리서 실종자 가족들이 김 씨를 불렀다. “진무야, 저녁 뭐 먹을래?” “전 어머니랑 같은 거요.”

김 씨가 팽목항에 온 지도 어느덧 석 달이 넘었다. 경희대 골프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경기 고양시에서 부모와 호프집을 운영하던 김 씨는 세월호 침몰 소식을 듣고는 4월 17일부터 경기 안산시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4월 19일부터는 팽목항으로 내려와 짐 나르기, 천막 치기 등 잡히는 대로 일을 했다.

초기에는 마음고생이 심했다. 피해자 가족들이 원했던 건 봉사자가 아닌 잠수사 같은 구조인력이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에 막막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 씨는 일종의 책임감 때문에 지금껏 현장을 지켰다. 그는 “새로 온 봉사자들이 멀뚱멀뚱 할 일이 없거나 가족들에게 벽을 느껴 힘들어할 때, 먼저 온 나라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봉사를 하며 무엇을 얻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씨는 트레이드마크인 빡빡머리를 긁적이며 “6·25전쟁 참전용사인 할아버지 묘소를 국립묘지로 이장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함께 자원봉사를 하며 가까워진 천안함 유족들이 신청 방법을 알려줬다는 것이다.

그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내가 아직 젊고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걸 배웠다. 공부해서 외교관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진도=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세월호#팽목항#김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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