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0일]간절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2일 03시 00분


[세월호 100일, 기억하겠습니다]<중> 팽목항, 남겨진 사람들
희망의 끈 놓지 않은 실종자 가족 20여명
매일 밥 한공기 싸들고 방파제-바지선으로

“찾아갔잖아요, 저 사람들은….”

가족의 시신을 찾아 장례를 치르고 위로차 전남 진도체육관을 찾은 유가족들을 바라보던 단원고 교사 양승진 씨의 부인 유백형 씨가 17일 힘없이 중얼거렸다. 실종자 가족들은 유가족을 “(시신을) 찾아간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박영인 군의 아버지 박정순 씨(46)는 “이렇게 오래 기다릴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박 씨는 사고 다음 날 아들을 찾은 줄 알았으나 다른 아이로 신원이 확인된 뒤 아직도 진도에 머물고 있었다.

사고 발생 100일을 앞두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황지현 양의 어머니 신명섭 씨는 “아침 밥상을 차려줬더니 아이가 발견됐다”는 유가족의 말을 듣고는 9일부터 매일 밥 한 공기와 김 한 봉지, 찬거리를 싸들고 팽목항 방파제로 향한다. 어머니들은 ‘자리를 옮기면 나온다’ ‘화장을 곱게 하고 예쁘게 하면 발견된다’는 말을 그대로 따른다. 팽목항 스님들에게 “얼른 나오라고 기원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바지선에서 밤을 지새우는 건 일상이 됐다. 가족들은 번갈아 바지선에 올라 기름 냄새와 요동치는 파도를 견디며 실종자 발견 소식을 기다렸다. 11일 미국 잠수팀이 오자마자 “작업 환경이 너무 어렵다”며 철수하자 크게 실망했지만 새롭게 투입된 잠수팀이 18일 조리사 이묘희 씨(56·여)의 시신을 발견하자 다시 힘을 얻는 분위기였다.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약 20명. 생업을 다 포기한 이들의 건강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남현철 군의 아버지 남경원 씨(45)는 폐렴으로 8일간 입원했다. 지현 양의 어머니 신 씨는 불편한 잠자리에 무릎 관절 통증이 심해졌다. 위장병과 불면증은 아픈 것도 아니다. 오후 5시경 팽목항에서 수색작업 브리핑이 끝나면 가족들은 방파제로 향한다. 지난주 도보순례단이 놓고 간 노란 깃발에는 실종자 10명의 이름이 쓰여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아직도 진도에 있느냐는 주위 시선이 두렵다고 했다. 허다윤 양 아버지 허흥환 씨는 남경원 씨를 병문안하고 돌아오다 가슴 아픈 말을 들었다. 병원 엘리베이터 안에서 “10명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라고 중얼거리던 허 씨를 향해 뒤에 있던 아주머니가 “다 잃어버렸을 것”이라고 툭 내뱉었다. “한 번도 속 안 썩이던 아이가 이렇게 속을 썩이네.” 허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 씨(44)는 허공을 향해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인터넷 댓글도 읽지 않는다. “누가 뭐라고 해도 찾아야지요. 물속의 내 가족도 우리를 기다릴 테니까요.”

진도=최혜령 herstory@donga.com·이건혁 기자
#세월호#실종자#팽목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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