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0일]연안여객선 안전해졌나… 전문가와 함께 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4일 03시 00분


[세월호 100일, 기억하겠습니다]<하>조마조마
화물 탑차 위쪽 고박 장치 없어… 승객은 대피안내 방송에 시큰둥
승객명단 확보-화재훈련은 양호

여객선 화물칸에 실려 있는 화물차 위쪽이 고박(고정)돼 있지 않은 모습. 현재 국내에는 화물차 위쪽을 고박할 수 있는 장치가 없고
 화물차 자체도 위쪽 고박을 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지 않다. 따라서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목포=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여객선 화물칸에 실려 있는 화물차 위쪽이 고박(고정)돼 있지 않은 모습. 현재 국내에는 화물차 위쪽을 고박할 수 있는 장치가 없고 화물차 자체도 위쪽 고박을 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지 않다. 따라서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목포=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국내 연안여객선의 ‘안전 운항’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본보 취재팀이 국내 선박 운항 전문가와 함께 연안여객선을 탑승해 점검한 결과 안전 면에서는 대체로 양호했지만 화물 고박과 승객들의 의식수준 등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15일 본보 취재진이 탑승한 배는 전남 목포에서 제주를 운항하는 씨월드훼리사의 스타크루즈호. 이 배는 2만 t급으로 국내 연안여객선 가운데는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목포해양대 임긍수 교수(58)가 본보 취재에 동행했다. 임 교수는 현재 해양대 소속 실습선의 선장을 맡고 있으며 30년 이상의 오랜 선박 운항 경험을 가지고 있다.

먼저 세월호 침몰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됐던 화물 고정작업(고박)은 여전히 불안했다. 차량 앞쪽과 뒤쪽 각각 두 군데에 고박을 한 뒤 여객선에 실리는 승용차의 경우에는 화물차보다 무게가 덜 나가기 때문에 배가 순간적으로 기울어져도 한쪽으로 쏠리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승용차보다 훨씬 무게가 많이 나가는 화물차량은 승용차처럼 앞 뒤 네 군데만 고박을 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배가 급격히 한쪽으로 쏠리면 차량 및 화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고박이 끊어지거나 풀리면서 도미노처럼 쓰러져 배가 기울어지는 데 결정적 원인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컨테이너 화물을 실은 차량 윗부분까지 천장에 단단히 고박해야 더 안전하다는 것이 임 교수의 견해다. 본보 기자가 지켜보니 4.5∼11t짜리 대형 화물차량이 배에 실리고 있었다.

임 교수는 “현재 한국 화물차량의 경우 위쪽을 고박할 수 있게 제조되지 않아 고박에 어려움이 있다”며 “연안여객선에 많이 실리는 탑차 같은 경우 무게중심이 위로 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위쪽에 고박을 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 비상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교육에 대한 승객들의 무관심도 여전했다. 승선 전후 선내에서는 영상과 방송 등을 통해 구명조끼 착용 방법 및 비상시 탈출 방법에 대한 설명이 계속 흘러 나왔지만 관심을 기울이고 듣는 승객은 거의 없었다. 배 한쪽에는 직접 구명조끼를 착용해 볼 수 있도록 여분의 조끼까지 가져다 놓았지만 직접 입어보는 승객은 볼 수 없었다. 승조원 A 씨는 “승조원들에 의한 승객 안전교육뿐 아니라 승객들이 안전교육을 받는 것도 제도적으로 의무화해야 비상시 더욱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여객선은 비행기와 달리 승객을 전부 모아 놓고 안전교육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이에 대한 방법은 해양수산부 등 관련 부처에서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포=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세월호#연안여객선#대피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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